[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를 알린 제보자와 접촉한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가 14일 법정에서 "녹음파일의 위변조는 없었고, 녹취록도 왜곡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국정원 측이 소정의 활동비를 제보자에게 지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 대가를 제공해 매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RO 모임에 관한 내용 등을 44회에 걸쳐 확보한 녹음파일 47개를 제보자 이모씨로부터 넘겨받은 국정원 수사관이다.
문씨는 14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둘러싼 위법성 논란을 모두 부인했다.
문씨는 "녹음에 사용된 기기에 편집과 삭제 기능은 없어 녹음 파일을 변경할 수 없다"며 "녹음파일을 수사관에게 전달할 때도 위변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보한 녹음파일을 국정원 수사관에게 분담해 풀어낸 것을 취합해 녹취록을 완성했다"며 "최종적으로 두세번 듣고, 최대한으로 들을 수 있는 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또 "녹음 내용의 일시, 장소, 발언자 등이 불분명한 경우 제보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도 문씨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들은 녹음 내용 중 불분명한 부분은 문씨를 통해서 확인하고, 최종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대화 내용은 양괄호를 치고 가운데 점을 찍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녹음파일 생성일자와 수정일자가 다른 데 대해서는 "기기에 설정돼 있는 날짜가 잘못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파일명을 임의로 수정한 지적에는 "생성된 날짜나 키워드를 덧붙여 찾기 쉽도록 한 의도"라면서 "파일을 위변조하려는 다른 의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문씨는 현재 47개 녹음파일 원본을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 경위에 대해 "녹음기 용량이 작은 경우 파일을 외부에 옮기고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보자에게서 녹음기를 통해 받은 파일을 외장하드에 옮기는 순간 사본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씨는 제보자를 만나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진술하고, 국정원이 이른바 '프락치'를 진보당에 심었다는 일각의 의혹도 반박했다.
문씨는 "2010년 5월쯤 제보자가 111콜센터 홈페이지에 '운동권으로 20여년을 살았는데 새로운 삶을 살고싶다'는 글과 본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 접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자가 조직 얘기를 조금씩 했는데 반신반의 하다가 어느날 홍순석을 만나러 가니 녹음기를 달라고 했다"며 "녹음기라는 건 상상도 못한 상태에서 녹음기 빨리 가져다 달라고 해서 구해줬다"고 말했다.
문씨는 제보자가 이 의원 등이 5월12일 RO 모임의 강연내용을 녹음해온 파일을 확인한 후 "지금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내란을 선동하는 모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이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도 제보자를 봤겠지만 정직한 사람이고, 절대 타협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모든 것이 제보자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자를 통해 해당 강연 내용을 녹음한 것은 "RO는 비밀조직이어서, 회합장소에 수사관이 들어가는 것은 내부 협조자 없이는 불가능 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문씨는 국정원 측이 제보자를 돈으로 매수했으며, 의도한 내용만을 녹음해 확보했다는 의혹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국가기관이 형사사건의 협조자에게 제공하는 교통비나 식비 수준의 활동비를 제공한 것뿐"이라며 "대화를 유도하면 상대방이 더 의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녹취록을 작성한 경험도 없다고 지적했고,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한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국정원 직원은 "수사내용이라 보안이고, 유출되면 수사에 영향이 있다"며 "녹음 내용 중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부분은 수사관의 몫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공판기일에도 녹취록 작성 과정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 등의 증인 신문이 이어진다.
◇수원지법 청사(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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