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구조조정 칼바람에 서다
경영정상화 첫걸음..임원 수 40%, 팀 수 67% 줄여
저가수주 물량 계약해지로 수익성 개선도 꾀해
2013-10-10 17:05:36 2013-10-10 17:35:1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류정형 STX조선해양(067250) 호(號)가 본격적인 구조조정 닻을 올렸다. 인력과 조직 감축은 물론 그간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저가수주 물량도 털어낸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8일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의 핵심은 슬림화와 효율성 향상으로 압축된다. 임원수를 40% 가량 줄이고, 사업 통폐합을 통해 단순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자료)
 
STX조선해양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1총괄 부사장, 4개 부문, 17본부, 102개 팀을 3부문, 14담당, 3실, 68팀으로 개편했다. 이로써 6월말 기준 임원 수는 44명에서 26명으로 40%, 팀 수는 67% 가량 줄어들었다.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임했던 박태호 총괄부사장은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인사를 통해서는 임원 7명만이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6월말 반기보고서 기준 임원 수는 44명으로, 현재 임원 수 26명과 비교하면 총 18명이 줄었다. 하지만 18명 중 11명은 6월말부터 지난 8일 인사 단행 전까지 자진퇴사 등으로 줄어 인사에 따른 실제 감원 수는 7명으로 나타났다.
 
각 조직별로 흩어져 있던 비슷한 성격의 팀을 통폐합하는 대팀제를 도입해 팀 수도 34개나 줄였다. 예를 들면 설계 1,2,3팀으로 나뉘어져 있던 분산 체제를 설계팀 하나로 통합했다.
 
통폐합된 팀 중에서는 해양플랜트 관련 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형 신임 대표는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앞으로 해양플랜트보다는 상선 쪽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STX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서울사무소와 진해 본사로 이원화됐던 STX조선해양 홍보 업무도 진해 본사로 일원화됐다. 기존에는 STX 지주사 홍보인력 일부가 STX조선해양 홍보 업무를 담당했지만 채권단 관리 체제를 거치면서 STX 지주사 인력이 줄자 이번 인사를 계기로 진해 본사에서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아울러 STX조선해양은 최대 7단계에 이르는 결재선을 최대 4단계로 간소화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각 팀 내에 파트장들이 결재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인사로 파트장들의 결재권이 없어지고, 총괄 부사장직이 사라지면서 팀장-담당(본부장)-부문장-대표이사 4단계로 결재선이 줄었다.
 
이와 함께 경영정상화를 지연시키는 주범으로 꼽혔던 저가수주 물량도 일부 해지할 계획이다. 그동안 기자재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선박 생산이 중단돼 납기를 맞추기가 빠듯해진 만큼 수주물량을 다 안고 가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체 비용의 10% 정도만 선수금으로 받고 잔금은 선박 인도 때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이 많은데다 납기가 늦을수록 지연 보상금도 물어야 해 선박을 인도해도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는 게 STX 판단이다.
 
여기에다 납기가 늦어질수록 어렵사리 쌓아올린 시장 신뢰도도 떨어져 향후 영업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란 계산도 숨어 있다. 또 2년치 수주물량을 이미 확보한 만큼 일부 계약이 해지돼도 당분간은 조선소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점도 한몫 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저가물량에 대한 실사를 통해 약 15억달러 규모의 선박 11척에 대해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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