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직 교수 출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개념 대출상품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가 접수 54분 만에 5000명 선착순 모집을 마감 됐다네요.
시중 은행의 반의 반 수준인 1%대 초저리 주택대출 상품은 예상대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모기지 상품에 대한 이런 반응은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것이고,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지역별 접수 현황입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이야기꺼리의 중심은 이번에 신청 접수를 받은 5000건 중 3870건, 79.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서울 1360건, 경기 2191건으로, 두 지역에만 71.0%가 몰렸다는 것인데요.
어떤 관계자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하락일로를 걸어오던 서울·경기 주택시장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만 놓고 보면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여건만 맞으면 언제든 매매로 돌아설 잠재수요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면 아무리 초저리 대출 상품이 나온다고 한들 집을 사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운용 방향과 전셋값 상승, 집값 장기 하락은 어느 때보다 집을 사기 좋은 상황을 만들었고, 시장의 심리가 확실히 움직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단 집값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현재 서울의 주택가격지수는 98.9로, 지난 2006년 12월과 똑같은 수준입니다. 경기 지역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6년 10월 91.5 이후 가장 낮은 98.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공개적으로 매매시장 살리기를 통해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했고, 서울·경기에 전셋집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이미 2~3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시장 분위기 변화에 대해 한 중개업자에게 들은 얘기가 있는데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세든 매매든 집을 알아보러 오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과 함께 오는데 예전에는 이분들에게 전세보다 매매를 권유하면 잘 듣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일행 중 한두명은 매수에 동조합니다. 시장의 심리가 바뀌고 있어요".
아직은 국지적이지만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를 겪던 수도권과 달리 호황기를 보내던 지방에 모기지 신청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지방 5대광역시별 모기지 신청자 수는 ▲부산 349명(7.0%) ▲대구 202명(4.0%) ▲광주 125명(2.5%) ▲대전 247명(4.9%) ▲울산 107명(2.1%) 등 전체의 20.6%에 그쳤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지방은 고점으로 더 이상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과 함께 시세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집주인이 되더라도 구태여 시세차익을 공유해야 하는 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9년~2012년까지 50.2%나 올랐던 부산 아파트값은 올들어 약세를 보이며 0.9% 떨어졌습니다. 이는 다른 광역시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부산과 함께 지방 부동산시장을 쌍끌이하던 대전은 같은 기간 35.6% 올랐지만 올해는 0.1% 하락했습니다. 전세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주는 35.4% 상승했으나 올들어 1.5% 오름세에 그치며 주춤한 모습입니다.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출을 안고 집을 살 이유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공유형 모기지 우리은행 사전상담 창구(사진=뉴스토마토DB)
반면 대구는 사정이 조금 다른데요. 지방 부동산 훈풍의 후발 주자로 떠오른 대구는 올들어서도 6.6%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9년~2012년까지의 상승률은 24.4%로 다른 지방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집값 상승이 어느 곳보다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나눠야하는 모기지 대출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5000명이나 되는 신청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접수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걸 다 확인할수도 없거니와 저마다 사정과 사연이 다륵겠죠.
하지만 거래 회복에 목마른 수도권과 고점을 찍었다는 평이 지배적인 지방의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핑크빛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엔 시장이 안정 될까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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