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청와대•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축소를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도록 꾸미기 위해 복지 공약 소요 재원을 실제보다 낮춰 잡은 것이 복지 공약 축소의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26일 정부는 소득하위 70%의 만65세 이상 노인에게 차등 지급하는 내용으로 예상되는 기초노령연금 최종안을 발표한다.
박 대통령이 만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2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던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공약 파기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박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등 복지 공약 축소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경기 침체와 재정 악화로 공약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입장을 미리 홍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예전에 비해서 지금 7, 8% 정도 세수가 줄고 있다”며 “(재원이 없으면) 국가 부채로 넘어가는데 아직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어느 정도 이상을 보면 국가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새누리당 복지정책을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현실을 볼 때 공약을 100% 이행할 수 없는 국가 재정상태다”라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인천 부평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청와대)
경기 침체로 복지 공약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공약 계획이 처음부터 부실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내년부터 임기 4년 동안 지급한다고 하면 현재 가격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 재원에 추가되는 금액만 26조원에서 30조원 정도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 나와 있는 기초연금 소요재정은 15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공약 가계부에도 노후생활 보장 소요 금액은 2014년 2조3000억원, 2015년 4조6000억원, 2016년 5조3000억원, 2017년 6조원으로 18조3000억원에 그친다.
오 위원장은 “공약집에는 모든 노인들에게 주는 걸로 되어있지만 재정추계 소요액을 보면 처음부터 모든 노인에게 주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던 게 아닌가 심증이 간다”며 박 대통령이 처음부터 공약을 지킬 뜻이 없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부실한 계획은 다른 공약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TV토론회에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환자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도 포함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박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 계획에 빠져있었다.
새누리당 측은 중증질환 보장은 건강보험료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빠졌다고 해명했다.
또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 소요 재원 6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3대 비급여까지 포함해서 4대 중증질환을 100% 보장하려면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공약 가계부에는 4대 중증질환 보장 소요가 추가됐다. 5년간 정부 재원 2조1000억원, 건보료 6조7000억원 등 8조8000억원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결국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도 환자 부담이 가장 큰 3대 비급여는 빠지는 쪽으로 축소됐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청와대)
이처럼 헛점이 많은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들은 줄줄이 축소되고 있다.
5조2000억원으로 추가 투입해 2014년부터 소득 하위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춘다는 반값 등록금 정책은 시행 시기를 뒤로 늦췄다.
0~5세까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무상보육 공약은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이상구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집행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공약하고 다르게 예산에 맞춰서 하는 이유는 결국 증세없이 하려고 한 것이 문제다”라며 “증세 없이 한다고 하더라도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출연 등을 제대로 하면 여지는 마련할 수 있지만 경제살리기, 재벌 기업들 퍼주기를 하나도 철회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국민 다수, 노인들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