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수도권 집중을 없애고 지방 특성화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며 추진된 혁신도시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업의 관건인 공공기관 이전이 예상만큼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해 수준 높은 주거·교육·문화 환경을 만드는 미래형 도시계획으로,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수도권 346개 공공기관 중 149곳을 부산, 대구, 광주·전남 등 11개 시·도로 이전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이전대상 공공기관 현황(자료제공=국토교통부)
24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혁신도시 이전 대상 중 이전이 완료된 곳은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옮긴 국립해양조사원을 비롯 17개소며, 이전을 대비해 청사를 착공 중인 곳은 대구로 내려가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84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사 착공이 빨라야 내년 말에 끝나는 데다 에너지관리공단처럼 아직 기존부지 매각도 마무리되지 않는 등 이전계획을 조정 중인 곳도 25곳이나 돼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완전히 이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등과 함께 내년말까지 울산으로 이전할 계획. 그러나 에경원 등이 청사를 착공 중인 데 비해 에관공은 용인시 부지를 팔지 못해 울산에서는 착공을 위한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에관공은 8월에도 부지 매각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부지 규모가 워낙 커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혁신도시특별법에는 이전 공공기관의 자산이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대신 살 수 있게 했지만 가뜩이나 재원부족을 겪는 박근혜 정부에서 에관공 땅을 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 혁신도시 청사 조감도(좌)와 대구 혁신도시 청사 조감도(우)(사진제공=국토교통부)
각각 충북과 경남으로 옮기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에관공과 마찬가지 사정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청사 건립 비용이 없어 건물을 임대하는 방법과 충북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는 직원의 정주 여건도 문제다.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추진이전단 통계를 보면 149개 공공기관의 인원은 4만6000여명 수준. 이들이 3인 가족임을 가정하면 대략 10만명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정부는 광주·전남 혁신도시에는 총 7200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 올해 11개 혁신도시에 24개 아파트 단지를 비롯 총 1만8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며, 30여개의 학교시설을 차례로 열어 가족 동반 이주자의 생활 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이전대상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마음은 딴 데가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광주·전남으로 옮기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국책사업인 세종시도 제대로 정착 못 해 겉도는 데 혁신도시가 성공할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수도권에서 특히 멀리 가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서울과의 거리 격차에서 오는 괴리감과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정부가 2015년까지 공공기관을 혁신도시로 완전 이전한다는 목표에 급급할 게 아니라 혁신도시를 통해 지역 역량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구 혁신도시 관계자는 "청사 이전을 위한 부지 매각과 신청사 건립 비용 마련 등은 물론 직원의 정주 여건이 해결 안 되면 혁신도시는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된다"며 "산업클러스터까지 입주 기업이 없어 빈 땅만 늘면 혁신도시 사업은 지방을 고사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전대상 공공기관 부지가 대부분 농지나 녹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개인이나 기업이 매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를 해제해 부지 매각과 청사 건립 비용 마련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며 "혁신도시 조성에서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혁신도시를 통해 수도권에서 10만여명의 인구가 이동하면 지방에서는 약 13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연간 9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4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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