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연속 순이익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
수익성 악화일로로 치다는 금융투자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끊임없는 수익원 다변화와 시장 개척이다. 전통적인 IB시장에 주력한 타 증권사와는 달리 남들이 보지 않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게 한투증권의 전략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열악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시장에서 한투증권은 독창적 사업분야를 창출해 수익을 거둬들였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역발상이 통한 결과다.
수익성 악화와 성장 정체 위기에 갇힌 금융투자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은행·보험 전통적 ‘텃밭’서 무슨 일이
총 사업비 275억원 10MW 규모 양산풍력발전사업 PF(7월)와 920억원 규모 양평·광주·하남 관사와 간부숙소 민간투자시설사업(BTL) 금융주관(5월).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PF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앞세워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 최근 일련의 사례다.
‘증권업계의 BTL 시장 개척’, ‘증권업계 최초의 풍력발전사업 PF 성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통상 국내 풍력발전사업이 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단계부터 재무적 출자자(FI)를 유치해 대출뿐 아니라 지분출자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하반기에는 고시 예정인 병영생활시설 총 2445억원 규모의 BTL 참여가 기대된다는 게 한투증권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의 경험과 신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국가 장려정책이 맞물린다면 풍력발전사업 시장에서 해결사로서의 저변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9월 예정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이 부여되면 ‘시장선도자(First Mover)’ 역할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우량개발사업에 대한 여신기관으로서의 딜(Deal) 참여가 가능해지고 유동화 목적의 자금대출과 미분양담보대출 확약 딜 구조시 PF 대출기관, 준공 후 담보대출기관 등 다양한 역할로 업무 참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다.
◇한투증권, 부동산PF시장 ‘약진’
부동산PF 시장은 전통적인 은행·보험사 ‘텃밭’으로 꼽힌다. 실제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부분은 은행·보험사 몫이었다. 하지만 전통적 텃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전체 부동산PF 시장점유율 18.5%로 1위를 굳건히 하는 등 최근 2~3년 전부터 도드라진 약진을 보이면서다. 부동산 PF시장에 유동화증권을 도입함으로써 직접금융 시장을 이끈 결과다.
매년 6~7조원 내외의 금융주관을 통해 외형 실적을 유지하는 등 끊임없는 신규 수익원 발굴을 통해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이미 부동산PF 시장에 적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만족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실물부동산 시장에 진출, 일찌감치 주도적인 입지를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목적의식을 갖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6월 실물부동산 투자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물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공 들인 첫 번째 결과는 지난 6월말 나타났다. 1050억원 규모의 양재동 P타워 REIT's 모집주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험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광화문 트윈트리타워(1835억원 규모) 에쿼티 매입확약사로 선정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밖에 을지로 파인애비뉴 B동, 가산동 RSM타워 등 올해 주요 빅딜에 금융주관사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실물부동산 시장 진출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글로벌 IB들이 실물부동산 투자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30% 정도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직접인수(underwriting)를 통해 펀드 상품을 만들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실물부동산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증권업계 수익성 악화 ‘올해도’ 불가피..“한투증권은 예외”
“올해도 증시침체로 수수료 수익 감소와 채권매매 손실 등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한투증권은 안정적 실적이 예상됩니다.”
회사가 드러낸 자신감이다. 무엇보다 한국투자증권을 ‘전통 IB명가’, ‘회사채 인수시장 최강자’로 이끈 기업금융본부는 자신감의 배경이 됐다고 말한다.
기업금융본부는 기업금융부와 인수영업1·2부, 구조화금융부, 인수금융부, AI.M&A 등 6개 부서로 나뉜다. 이중 국내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업금융부는 국내 중소기업 IPO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함께 다져온 국내 최대 벤처기업 네트워크인 ‘진우회’를 통해 단순 영업을 넘어 자본시장 정보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말 자본시장법개정안 시행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기업신용공여업무 허용에 따라 기존 은행 중심의 기업신용공여 시장 진출을 앞두고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 중에 있다”며 “기업금융에 대한 경쟁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맞춤화된 기업자금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수익원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기업신용공여 범위 확정과 리스크관리·심사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방안마련을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