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난해 태블릿 시장에서 참패 끝에 철수했던 LG전자가 시장 진입에 재도전한다. 그간 태블릿 분야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LG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G시리즈'의 순항에 힘입어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19일
LG전자(066570)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열리는 유럽 최대의 가전박람회 'IFA 2013'에서 태블릿 신제품 'G패드' 공개를 목표로, 막바지 점검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T 전문 주요 외신들이 여러 소식통을 인용, G패드의 IFA 공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일치한다.
앞선 2월에도 LG전자는 연내 태블릿PC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8일에는 특허청에 'G패드'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태블릿 시장에 재진출한다는 부분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
G패드는 1920X1200 해상도를 지원하는 8.3인치 스크린에 쿼드코어 프로세서, 2GB 램에 퀄컴 스냅드래곤 CPU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얇고 가벼운 베젤에, 뒷면은 알루미늄 판을 채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달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3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가 지난해 1월 내놓은 태블릿PC '옵티머스 패드 LTE'.(사진제공=LG전자)
관련 업계에서는 '늦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LG전자가 머뭇거리는 사이 세계 태블릿 시장은 애플, 그리고 애플 아성에 도전하는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등 강력한 도전자들로 전세가 꾸려졌다. 또 태블릿 관련 핵심부품 단가가 최근 2~3년간 크게 하락하면서 중소기업들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활용해 어렵지 않게 태블릿을 생산해 내고 있다.
애플의 독보적인 점유율이 점차 분산되며 구글과 삼성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에이서, 아마존 등도 시장을 나눠 가지기 시작했다. 또 기존의 전자업체뿐만 아니라 노키아, 테스코, 인터파크 등 업종을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중저가형 태블릿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중국의 이름 없는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 내놓는 '화이트박스'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생산하는 모든 브랜드 제조사들의 '악몽'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화이트박스는 지난 2분기 총 155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저가형 태블릿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애플, 구글, 삼성 등이 태블릿을 화면 크기별, 가격대 별로 카테고리 점령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프리미엄급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7~8인치 중저가급에서는 구글의 넥서스7과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 공략도 여의치 않다.
LG전자가 실제 태블릿 제품 개발에 공들인 기간이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짧다는 점도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LG전자는 대외적인 자리에서 태블릿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해왔다.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태블릿 카테고리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는 전언.
하지만 태블릿PC의 활용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LG전자도 상황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특히 주 사업 분야인 TV 시장까지 태블릿의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위기감이 LG전자로 하여금 다시 태블릿 도전을 재촉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북미 시장에서는 태블릿PC가 다른 전자기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인터넷TV(IPTV) 시청자 중에는 TV가 없는 가구가 이미 20%를 넘어섰고,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TV 대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블릿PC가 TV나 PC시장을 와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한국은 태블릿PC 대신 크기가 큰 스마트폰(페블릿)을 선호하는 특수성 때문에 태블릿PC발 시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가 뒤늦게나마 시장 변화의 흐름을 깨닫고 태블릿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G'의 프리미엄급 이미지가 재도전하는 후발주자에게 어느 정도의 힘은 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뒷받침된 G의 힘을 기반으로 LG전자가 어느 정도의 완성도 있는, 획기적인 태블릿을 내놓느냐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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