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동부증권이 채권시장 강자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 주목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채권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게 회사와 본부의 목표입니다.”
12일 한인철 동부증권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운용본부장(사진)은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채권과 통화, 원자재 등 FICC의 스킴을 다루는 영역 확장을 통해 채권시장 판도를 깨는 선봉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내채권뿐 아니라 이머징 국공채나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 등 품이 많이 드는 해외채권 투자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우물 안에 머물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과 맥이 닿는다.
◇여전채 1위 동부證.."만족은 이르다"
명실상부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카드·캐피탈채) 강자로 꼽히는 동부증권이다.
특히 2010년 조직개편을 통해 구성된 신디케이션(Syndication) 본부는 동부증권을 회사채 시장 선두권 진입은 물론 여전채 발행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 됐다. 여전사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신디케이션 본부는 기존의 크레딧 본부에서 올 초 명칭만 바꿨다.
국고채 영업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부증권은 일정 북의 국채평잔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국고채전문딜러(PD) 역할을 2009년부터 해오고 있다.
하지만 만족하긴 이르다고 했다.
“현재 대형사 위주로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해외물 비즈니스는 이제 불가피한 과제가 됐습니다. 한계에 다다른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수익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앞서 해외채권과 관련 팔로업(follow-up) 마무리 단계를 거친 동부증권 FICC운용본부는 현재 핵심인력 영입에 상당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09년부터 2명의 해외채권 중개 전문 인력이 해외채권 자산을 대상으로 인·아웃바운드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제한된 인력만으로는 부족하죠.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대비해 조직 규모를 대형화할 방침입니다.”
조만간 개인투자자를 위한 해외채권 관련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양한 고객 수요에 맞게 상품 라인업(Line up)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은 그 배경이 됐다. 현재 상품 출시에 앞서 불안요소 제거 작업이 한창이라는 설명이다.
◇방향성 결정은 개인의 몫.."책임도 스스로"
동부증권의 채권운용북(BooK) 규모는 2조5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RP)이 1조5000억원, 고유자본북(프랍북)이 1조원 가량을 담고 있다.
FICC운용본부는 파생·채권운용·신디케이션·영업본부 등 네 개의 본부로 나뉜다. 소속인력은 총 58명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 지난해 강석호 부사장이 FICC운용본부의 새 수장이 되면서 조직이 확대된 영향이다. 프론트 운용을 돕는 미들 지원 시스템 제공 인력 또한 타 하우스에 비에 많다.
방향성 결정은 헤드의 몫이 아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하우스마다 팀원 토론을 거쳐 한 가지 의견으로 통일, 한 방향으로 가는 반면 동부증권 채권 하우스는 개인 매니저 판단에 맡기는 형태를 추구한다.
“한 사람은 롱, 또 다른 사람은 숏. 그 자체로 성과 분석을 냅니다. 한 방향으로 갈 경우 맞았을 땐 성과규모가 커지겠지만 틀렸을 경우의 리스크 또한 어마어마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우스 자체의 방향성 고민이 다른 곳보다 덜할 수 있는 이윱니다. 듀레이션이나 방향성 베팅은 자제하는 편이죠.”
막힌 공간 없는 트레이딩 룸에서는 팀원 간 소통이 꾸준히 이뤄진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다른 이들의 생각을 계속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퍼포먼스(수익)에 대한 부분은 개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책임이다. “절대평가가 분명한 겁니다. 잘하면 한 만큼 돌려주는 성과가 돌아가죠. 일정 포지션 한도를 더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못하면 일정 기간 운용 북 없이 쉬어야 하는 상황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사고과상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죠.”
◇"하반기 채권시장 방향성 진입은 접어야"
여의도에 몸담은 지 21년. 1993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해 3년간 조사 분석과 부실자산관리 업무를 해온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채권시장에서만 보낸 베테랑 한 본부장이지만 항상 긴장한다는 그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어요. 위험 요소와 사고 소지는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자산이 됐건 고객 자산이 됐건 공공재 성격의 큰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고삐를 늦출 수 없는 겁니다.”
자금운용에 있어 ‘정직’은 ‘본분’이라는 게 한 본부장의 지론이다.
“투자행위에 있어 탐욕과 절망은 항상 같이 옵니다. 감정기복을 견딜 수 있는 훈련이 돼있어야 하죠. 스스로가 투자 행위에 대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선의의 기준에 입각해 모든 걸 처리할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아마도 팀원들 귀에 못이 박혔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하반기 채권시장에서 방향성 진입은 않아야 한다는 건 시장 컨센서스라고 했다. 단기 트레이딩 관점의 채권운용 전략이 좋겠다는 방침을 세운 이유다.
“특히 증권업권의 특성상 긴 호흡의 투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쪽에 손실이 발생하면 운용을 스탑, 스탑이 스탑을 부르는 다소 위험한 상황이 오기 때문이죠. 변동성이라는 건 아무래도 외생변수에 의한 것이고 사람들의 기대와 상반되기 때문에 포지셔닝을 한쪽으로 정해두고 가는 것보다 그 변동성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역사적 데이터에 근거한 스프레드 거래 등으로 당분간 호흡을 짧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역사적으로 새 강자는 항상 혼란의 시기를 거치며 탄생합니다. 난세(亂世)가 낳는 영웅(英雄)은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등 격변의 시기를 거친 국내 채권시장이 선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비드와 오퍼가 우리나라처럼 ‘촘촘한’ 나라는 없을 것으로 자부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유동성 자체가 풍부하고 적절한 관리감독 체계에 의해 거래가 투명하게 조성되는 것은 익히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의 관심이 실질적으로 높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채권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일본이 빠진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엑스 재팬(ex-Japan)은 한국과 호주로 대변된다. 하지만 규모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호주 채권시장이 우리나라 대비 훨씬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선진화 정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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