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올 2분기 가계대출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들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핵심 뇌관으로 주택대출이 떠오르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961조6000억원이다. 특히 4.1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 한국은행이 이달 말 발표하는 올 2분기 수치는 10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46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5조8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6년 7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0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막달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규모(자료=한국은행, 단위: 억원)
지난 6월 주택거래량은 12만9901건으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9만136건을 기록한 전달보다 44% 증가했고 5만7000건에 그쳤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28.2%나 늘었다.
◇4.1대책..금융규제 풀고 정책 대출 늘려
정부 정책이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내놓은 4.1대책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정책 대출을 대폭 늘렸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주택가격에 비해 떨어져 대출로 징검다리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우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조건이 완화되고 정책 금리도 인하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은행 자율에 맡기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도 강화했다.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 금리는 연 3.5~3.7%로 낮춰준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 연 2.6~3.4%로 다시 완화한 것이다.
전체 대출 규모도 2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1070억원에 그쳤던 대출실적이 지난 5월 2303억원, 6월 647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만3919가구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을 이용해 집을 마련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규모 추이(자료=국토교통부, 단위: 억원)
◇저금리 기조에 시중은행 금리경쟁..전세난 대책까지
저금리 기조에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77%로 4개월 연속 0.1%p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3%로 전월대비 0.05%p 소폭 상승했다.
정부가 4.1대책에서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도 이달 중 시중은행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하고 세입자는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출의 담보력을 높여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복안이지만 또 다른 렌트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7월에는 주택거래량이 급감하고 전세난이 치솟자 정부가 9월 전세대란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 중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해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 대출 보증한도를 현재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은행 대출 카드를 주택 거래 활성화와 세입자 주거복지를 위해 적극 사용하고 있는 만큼 거래량이 늘면 주택담보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은행권은 소득, 자산 등 채무상환 가능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준다"며 "단순히 대출 규모가 증가했다고 해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고 가계부채 위험이 커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는 정책대출, 금융규제 완화 등으로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충격이 닥치면 연체율과 채무불이행이 증가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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