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남재준 원장의 정치 개입에 대한 인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조사장에서 나온 남 원장의 발언들이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남 원장은 5일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국정원의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 여부를 떠나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정당한 안보 활동이라는 남재준의 인식
남 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기관보고 및 질의응답에서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한 정당한 국가 안보 수호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댓글 의혹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의 전직 직원이 정상적인 대북 방어 심리전 활동을 대선 개입 행위로 호도한 정치공작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원세훈 전 원장이 정치 관여와 대선 개입을 지시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인식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두 사람의 혐의를 인정했단 뜻인데, 이를 일절 무시하는 남 원장의 발언은 국정원의 안하무인을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 원장이 그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채동욱 검찰의 수사결과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그간 제기된 국정원의 무소불위 권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盧, NLL 포기" 새누리와 동일한 남재준의 견해..국내정치 관여 '명백'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던 남 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남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발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발언에 동조했기 때문이 NLL 포기로 본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남 원장에 의해 대화록이 공개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음이 확인됐지만 "사실상 포기"라던 새누리당의 입장과 동일한 견해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집권여당과 동일한 견해를 보인 것은 남 원장이 왜 열람목적도 기재하지 않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열람 요구에 응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국조특위 위원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6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에) 열람을 시켜줬으면 반드시 열람목적을 정해야 된다"며 "불법을 상호간에 모의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 원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 등 청와대와 대화록 공개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의 독자적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화록 공개는 무단으로 발생한 일이 된다.
직속상관인 박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단행된 남 원장의 조치로 국정조사 이슈가 NLL 블랙홀에 매몰되는 등 정국은 급격히 요동쳤다.
이후 NLL 정쟁의 종식을 위해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을 열람하는 과정에선 '사초(史草)' 실종 사태가 벌어지는 등 남 원장의 대화록 공개가 국내정치에 가져온 후폭풍은 막대하다.
결국 국정원법이 국내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 원장은 국내정치에 '능동적으로' 관여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남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사항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맞느냐는 질문을 받자 "맞지 않다.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남 원장 역시 국정원장으로서의 직무 범위를 '한참' 벗어난 행위들을 저지른 것은 원 전 원장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이 남재준의 미래"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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