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 100년)①토종신약 불과 20개..'초라한 성적표'
신약이 곧 경쟁력!..일본은 R&D 집중해 글로벌 도약
2013-07-22 15:55:41 2013-07-22 15:59:00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한국제약 역사가 100년을 맞았다. 이 기간 국내 제약사 순수기술로 만들어진 토종신약은 단 20개에 불과하다. 이웃나라 일본이 80여개의 토종신약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신약개발에 역량을 투입하기보다 복제의약품(제네릭)에 의존, 리베이트 영업에만 매달려 온 결과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여론의 힐난이 거세졌지만 제약사들은 그저 관행으로 봐 달라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잇속 챙기기에는 바쁘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빠르게 시장 잠식에 들어갔지만 변변한 대응책 하나 없다. 한때 국가산업의 근간으로까지 자리했던 제약산업의 자화상이다. <뉴스토마토>는 한국제약사 100년을 맞아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초 종근당이 개발한 ‘듀비에정(당뇨병)’을 판매 허가했다. 국내 제약사가 만든 20번째 토종신약으로 기록됐다. 식약처는 ‘듀비에정’을 허가하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기존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약업계도 환영했다. 대내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종근당의 이번 토종신약 탄생 성과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 발전은 물론, 나아가 글로벌 신약 탄생을 기대하는 눈치다.
 
◇토종신약 20개 초라한 성적표..200억원대 매출 단 2개 뿐
 
한국제약 100년사에 토종신약 20개는 실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연구개발비가 적게 드는 일반의약품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전문의약품 개발에 소홀하면서 토종신약은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토종신약과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신약의 매출만 비교해도 제품 경쟁력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20개 토종신약 중 매출 100억을 넘어선 제품은 단 2개 뿐이다. ‘카나브정(보령제약)’과 ‘자이네나정(동아에스티)’은 지난해 각각 250억원과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제약은 올해 초 종근당이 개발한 ‘듀비에정(당뇨병)’을 판매 허가 받음에 따라, 모두 20개의 토종신약을 보유하게 됐다.(사진출처=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반면 글로벌 신약 ‘바라크루드(BMS)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무려 17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토종신약 1위 제품인 ‘카나브정’과 '바라크루드'는 연간 매출 부문에서 무려 7배가량 차이가 난다. 심지어 20개 토종신약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바라크루드’ 단일제품 매출을 감당치 못하는 실정이다.
 
◇日, 정부 주도 강력한 R&D 육성 결과 '80여개 신약' 결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제약 사정은 어떨까. 일본 제약산업과 국내 제약산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명한 대조를 보인다. 신약 개발력과 오리지널 처방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신약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반면, 국내는 제네릭(복제약)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70년대 제약을 자국산업으로 적극 보호하는 정책을 취했다. 문을 걸어 잠근 채 1980년대 R&D 육성책을 펼친 결과, 현재 80여개의 토종신약을 보유하기에 이른다. 일본은 1975년까지 다국적 기업의 직접투자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자국 제약사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이들 정책은 일본 제약산업 보호정책으로 유효하게 작용했다. 일본 제약사들은 매출의 15~20%를 R&D에 투자했고, 1980년대 말부터 신약이 개발되면서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다. 국내 제약이 2000년대 들어서야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이 최소 20여년 앞섰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또 올해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R&D 평균 투자 비율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평균 20%)에 대한 추격은커녕 격차만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일본의 상위제약사 다케다, 다이치산쿄, 아스텔라스 등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올리는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변모했다. 신약의 힘이었다. 
 
◇한국제약 1위-일본제약 1위, 매출액 20배 격차
 
국내 제약 1위인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과 일본 제약 1위인 다케다의 연 매출만 비교해도 두 나라 간의 제약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9500억원의 매출을, 다케다는 22조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다케다의 이 같은 매출은 글로벌 제약사 기준으로 약 15위권에 해당된다. 바이엘이 12위, 암젠이 14위임을 감안하면 다케다의 실적은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경우 아직 1조원 벽을 넘은 곳이 전무하다.
 
다케다의 올해 R&D 투자 규모는 지난해 매출 대비 20%인 4조원으로 당뇨병, 항암제, 고혈압 등의 부문에서 45가지 후보물질군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대다수의 임상이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어 또 다른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의 약 10%인 1000억원을 R&D에 투자한다.
 
국내 제약사의 한 임원은 “솔직히 일본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80년대 초부터 정부 차원의 신약개발이 이뤄져, 세계적인 제약사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국내 제약사들도 R&D 투자를 늘리면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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