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해외 순방마다 액운이 끼는 걸까?
아시아나항공기 충돌 사고의 여파가 애꿎게도 중국내 반한(反韓) 감정으로 번지고 있다. 꽃다운 10대 소녀 두 명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애도가 끊이지 않던 대륙에 뜨거운 기름을 부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다급하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북받친 감정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윤창중 그랩(grab)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 국민들까지 등을 돌리게 될지 모를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의 땅 꺼지는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이번 사태는 채널A 한 앵커의 '과도한 애국애족?'(愛國愛族)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2명이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우리 입장에선 다행일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실언이었다. 끽연가 몇이 흡연구역에 모여 농담으로 주고받았어도 미안했을 실언. 전파를 탄 이 실언은 결국 중국민을 대노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한국인은 변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의미의 발언이었을 터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실수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의 발언 내용과 이를 힐난 하는 내용이 SNS와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전 중국으로 퍼져나갔다. 중국인들은 실언을 한 앵커와 해당 언론사를 넘어 '한국인 비하', '삼성제품 불매' 등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채널A는 8일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정식으로 사과한다. 앵커는 특정 국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할 의도는 없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렸다. 그러나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 네티즌들도 나라망신이라며, 채널A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들짝 놀란 청와대와 외교부가 결국 나서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안전인데, 이런 사고가 나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국내 언론의 보도로 논란이 있었다. 모든 사람의 생명은 다 존귀하다. 여기에는 국적도, 인종도 없다. 한국 국민과 중국 국민은 서로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고 수습에 전념하기도 모자랄 판에, 답답할 노릇이다. 화기애애했다던 시진핑 주석과의 방중 만남 이후 사단이니, 정상과의 만남마다 엉뚱한 사고를 대동하는 대통령의 불운도 답답할 노릇이다.
정부는 혹여나 중국 방문에서 가져온 성과물이 퇴색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번의 말실수가 발 빠른 네티즌을 통해 확산되고, 재해석 되면서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악의 없는 실수였다고 한다. 이미 늦은거 누구 탓하기는 잠시 접자. '하필이면 왜'라는 트라우마도 지우자. 동시에 국가와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대응전략이 아닌, 피해자와 이를 애도하는 중국 국민에게 진정성이 담긴 마음을 전하자.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박관종 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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