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철강기업들이 잇따라 설비 확장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철강 산업은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집중적인 설비 투자가 이뤄진 중국에서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전 세계 철강재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예상 조강생산량은 약 9억7000만톤. 자국 내 소비량을 제외하면 약 2억7000만톤의 물량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과잉설비의 50%에 해당하는 양으로 중국 건설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재고 물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과잉량(조강생산기준)은 5억4000만톤으로, 이중 60% 이상이 한국, 중국, 일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침체기를 맞고 있는 철강기업들이 잇따라 설비 확장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포스코는 2020년까지 조강생산량을 6500만톤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일 108일 간의 개수공사를 통해 광양제철소 1용광로를 세계 최대 규모로 재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연간 쇳물 생산량은 기존 328만톤에서 548만톤으로 늘어나 단일 고로로선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게 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 광동성에 연산 45만톤 규모의 자동차 및 가전용 철강재 생산 공장을 준공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올 12월 연산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 1분기 포스코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0% 증가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올해 투자액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제철은 오는 9월 당진제철소 3고로가 완공되면 기존 전기로 1200만톤 생산능력을 포함해 연산 2400만톤 규모로 생산량이 대폭 확대된다.
3고로 완공 후에는 연산 100만톤 규모의 자동차용 특수강 공장과 연산 2만5000톤의 철 분말 설비 투자에 돌입한다.
3고로의 경우 공사기간이 길고 투자 규모가 거대해 현대제철은 자금조달을 위해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등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처럼 불황 속에서도 국내 철강기업들의 생산 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업계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속적인 생산 설비 투자가 현재의 공급 과잉 현상을 지속시켜 가격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업황 회복을 대비해 선제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양분되고 있는 것.
먼저 철강재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과도한 설비 투자가 철강업 침체기를 연장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대기업들이 몸집 부풀리기에 나설 경우 중견, 중소 철강업체들은 대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현저히 밀릴 것이라는 계산이 바닥에 깔려 있다.
특히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산 제품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라 대기업의 설비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불황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시설 마련이 필수라는 것. 자원이 풍부한 곳에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원가를 절감해야 중국 등 저가 제품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대제철이나 현대하이스코 같은 경우에는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009540) 등 확실한 수요처가 있고, 오히려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 요인이 많아 대규모 투자가 향후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특수강이나 철 분말 등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일부 분야는 수입산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라며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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