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여의도 증권가가 구조조정의 전운에 휩싸였다.
증시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국내 증권사들이 지점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가운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지점 통폐합 움직임이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
이러한 움직임으로 여의도 증권가에 또 다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003450)은 사업 효율성을 이유로 올해 연말까지 5~6개의 점포를 추가로 줄이고 결정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당시 133개였던 점포를 현재 122개까지 줄였고, 연말까지 5∼6개 점포를 더 줄여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폐쇄한 지점의 직원들은 일정 기간 인근 대형 점포에서 근무토록 하는 등 상생경영을 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당장 다음 달까지 1개 지점을 자산관리에 중점을 둔 대형점포인 WMC(Wealth Management Center)로 바꾸고, 1개 지점을 통합해 WMC 6개, 지점 120개, 영업소 4개로 지점체계를 개편한다.
앞서 교보증권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말 44개였던 국내 지점을 오는 2015년까지 22개로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WM센터와 대표 점포 등 3개의 점포를 하나로 묶어 통폐합 경우 늘어난 영업직원 간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노조가 사측과 최소 2개 이상의 점포를 통폐합하지 않기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천막농성을 철회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당초 5개 지점 폐쇄에서 3개만 폐쇄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며 "이후로 실적이 부진해 지점 폐쇄 사유가 발생하면 노사가 협의해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삼성증권(016360)도 대규모 인력 감축에 이어 15개 지점의 통폐합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8개의 지점은 인근 지점을 하위 브랜치점으로 만들고, 서울과 지방의 7개 지점은 인근 지점에 통합한다.
삼성증권이 지점 운영에 브랜치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행 시기는 오는 7월1일이다. 지점 통폐합의 경우에는 8월1일로 폐쇄 공고와 인력 정비 작업을 마치고 해당 지점의 고객도 재배치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업황이 어려운데 향후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며 "중복된 영업 영역을 정리하는 것과 함께 최근 투자자들의 거래 행태가 지점 방문에서 HTS나 MTS로 변화하는 등 투자 스타일의 변화에 대응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증권사 이외의 타 증권사는 향후 지점 통폐합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서는 또 다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구조를 보유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들이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선만큼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증권사들이 지점을 유지하는 비용이나 인건비가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따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그 동안 업계에서 비용절감과 관련된 니즈가 많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며 "삼성증권 등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들이 먼저 화두를 제시한 만큼 구조조정, 전환배치, 지점 통폐합, 조직개편 등 비용감축과 관련된 다양한 조처가 나오면서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증권사 사장들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하지만, 주식시장 침체 등 환경이 더 악화되면 구조조정되는 직원들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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