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 9명의 주요 인사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성명과 꽃을 박근혜 대통령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표 전 교수와 도종환 민주당 의원, 안도현 시인, 정지영 영화감독, 주진우 <시사인> 기자, 조국 서울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등 9인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에 관한 우리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안도현 시인이 낭독한 성명에서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암흑의 시대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위기다. 어렵게 이뤄낸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가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자행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치공작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국기문란·헌법파괴"라면서 경찰의 거짓 브리핑과 검찰의 불공정 수사를 비판했다.
또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와 집권당의 오만하고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국정원과 경찰의 행태를 옹호하며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책임을 물었던 게 박 대통령이었다. 이제 진실이 드러났으면 분명한 해명과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왜 아무 말이 없는가"라고 따졌다.
아울러 새누리당을 향해 "공당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취할 수 없는 행태"를 하고 있다며 "국기문란 사범을 옹호하는 언사가 줄을 잇고 있고, 범죄행위를 축소하려는 비호발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우리는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 ▲정보기관 개혁 ▲수사기관 독립 방안을 내놓길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이런 분노와 민심을 외면한다면, 대선 불복이나 정권 정통성 부정의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명서 낭독을 마친 안도현 시인과 탁현민 교수, 문성근 전 상임고문, 주진우 기자는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발길을 청와대 민원실로 옮겼다.
그러나 청와대 민원실에 성명서와 '초대 받지 않았기에 예의상' 가져온 꽃은 전달되지 못했다. 경찰이 이들 4명을 따라 들어가려는 취재진의 출입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러한 경찰의 조치에 "납득할 수 없다"며 책임자의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십여분을 기다려도 상황의 변화는 없었고, 결국 성명서와 꽃은 경찰이 친 인(人)의 장벽 앞에 놓여졌다.
이와 관련해 탁 교수는 "우리들 입장을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정원 게이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입장을 낼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 부탁드리는 마음으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교수는 9명이 개인의 이름으로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저희는 이 문제가 각각의 개인들의 기본적인 권한, 권리를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경각심이 우리 사회에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록 개개인이지만 개인의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데 대한 각자의 입장과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특별한 단체가 아니라 개인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른 분들도 개인의 입장에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단체와 조직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개인들이 모여야 엄중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건의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10만명 온라인 서명 청원을 달성하고, 추가로 20만명 온라인 서명 청원을 벌이고 있는 표창원 전 교수는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탁 교수는 "표 전 교수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청와대로 갈 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면 그분의 스텝이 꼬인다. 그래서 빼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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