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외벌이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A(35세)씨는 지난 5월 내집마련을 결정하고도 한동안 고민을 해야 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저리, 장기대출 상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헷갈렸기 때문.
정부가 4.1부동산대책과 함께 발표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제도에 우선 눈길이 갔지만, 결국 A씨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용하는 보금자리론을 선택했다.
2억원 한도로 30년 동안 상환하는 경우 보금자리론 금리가 연 3.55%로 3.7%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보다 0.15%p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토교통부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3.4%로 인하하자 A씨는 허탈한 속내를 감출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4.1대책 발표 후 약 2달이 지난 이달 12일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금리도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진데다 이용 실적도 저조한 것이 조건 완화의 배경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이용 실적은 5635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1.3%에 불과하다. 4.1대책의 핵심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인 만큼 이들의 매매수요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대출조건을 한 차례 더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체계 변경 전(표 위)과 변경 후(표 아래)(자료=국토교통부)
문제는 이미 대출을 받은 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금리와 대출조건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0.1%p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요자들이 급변하는 정부 정책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4.1대책 발표 후 서둘러 집을 마련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도 2개월만에 바뀐 대출 체계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금리를 기존 연 3.3%~3.7%에서 연 2.6%~3.4%로 인하하면서 소득에 따른 세부 기준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주택의 규모가 작고 가격이 저렴할수록, 상환기간이 짧을수록 이율이 낮아졌지만 변경 후에는 여기에 소득기준을 적용해 소득이 적을수록 금융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주택구입자가 20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 경우 기존에는 연 3.5%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변경 후에는 연 2.8%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6월12일 이전에 대출을 받은 경우 기준금리만 인하(20년 만기 연 3.3%, 30년 만기 연 3.4%)될 뿐 소득에 따른 추가 이자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소급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20년 만기를 선택한 기존 대출자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30년 만기로 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 당시 소득기준에 따라 이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미 대출을 받았다면 당시 소득을 확인하거나 증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정부고시에 따른 변동금리로 기금운용 상황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금리를 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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