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지난 3년.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도 금융투자업계의 수익성과가 돋보인 분야는 단연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다. 채권과 통화, 원자재 등 주식을 제외한 모든 시장을 아우르는 FICC는 최근 증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도드라진 성장 분야기도 하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근 FICC를 주력 파트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일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크레딧과 통화, 원자재 등 비주식부문(Non-Equity) 전 영역을 담은 FICC의 스킴을 다루는 영역 확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FICC를 주력 파트로 준비 중이라는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다. 채권과 관련한 상품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지만 기관의 아웃소싱 집행 자금은 절대적인 규모면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은 그 배경이 됐다고 했다.
“결국 운용사들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담아 운용하느냐 마느냐 여부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이룬 자산운용사와 아닌 운용사의 양극화도 커질 겁니다.”
◇선진 채권운용기법 브랜드화 '원년'
채권자금은 갈수록 기관화돼가고 있다. 국민연금과 은행, 보험사 등의 기관자금 유입은 무엇보다 안정된 성과가 중요하다.
“안전자산인 채권을 기반으로 한 FICC 운용화 과정이 더 없이 필요해진 겁니다. 특히 올해는 선진 운용 기법을 ‘브랜드화’하는 원년으로 삼을 방침입니다.”
해외채권 발굴은 물론 채권 파생 상품인 구조화 채권 기반 확장과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신규 상장 등 FICC 운용화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익 증대’와 ‘리스크 최소’화는 절로 동반될 것이란 평가다.
“투자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유용한 자산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채권은 보통 ‘큰손’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채권 ETF의 경우 좌당 5만원, 10만원 내외의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것이죠.”
주식형 ETF시장 대비 채권형 ETF시장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채권형 ETF에서만 채권편입비가 인정된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혼합형에서도 인정돼야 하는데 일부 계정이 허용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제도나 규정 보완을 통해 인프라 기초를 다듬을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ETF시장 자체가 주식시장 위주로 발전된 데다 채권형 ETF를 상장한 운용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다수의 이익 건의에 가려져 소수인 채권은 배제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략별 수비 스페셜리스트.."차별화로 승부"
(사진제공=우리자산운용)
현재 우리자산운용의 채권운용북(Book) 사이즈는 총 15조원. 단기자금 운용수단인 머니마켓펀드(MMF) 6조원을 제외한 9조원 정도는 일임형 시가채권 규모다. 자산운용업계 가운데 전 운용채권을 집계하면 7~8위권으로 분류되지만 대형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일부 자산운용사를 빼면 3위 안에 든다.
운용역은 12명이다. 각 전략마다 ‘수비 스페셜리스트’를 뒀다는 점은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만의 차별화된 운용 프로세스를 가능케 한다. 듀레이션 전략과 일드커브 전략, 상대가치 전략, 파생상품 전략 등에 대한 전략가를 따로 뒀다는 얘기다.
“펀드마다 목표수익(Risk budget)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 각 전략별 노출한도를 정합니다. 이렇게 사전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담당자는 하나의 전략만을 특화해 제시할 수 있고 토론을 통해 이견이 없으면 실행이 가능한 거죠.”
성공 확률은 높아졌다. 하나만 보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나 목표 범위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다.
“버틸 힘이 있는 겁니다. 전략을 제시함에 있어 그만의 논리가 생겼고 오랜 시간 지켜봄에 따른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죠.”
올해 시장 전망도 들어봤다.
“시장 자체가 워낙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금리레벨이 많이 떨어진데다 장단기 크레딧 스프레드도 좁혀져 있어 초과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출구전략 등 금리상승 압력이 축적돼 있다는 점도 다른 해에 비해 훨씬 어려운 요인입니다.”
하지만 물가연동국채 투자는 위기 속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변동성 등 수익 포지션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성과는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김 본부장은 귀띔했다.
1995년 한화경제연구소에 입사한 김 본부장은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 채권 애널리스트 등을 지내며 각종 언론에서 베스트 애널로 선정된 바 있다. 채권 펀드매니저로 전향, 채권운용본부장이 되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던 데에는 ‘상당한 운’이 작용했다는 자평이다. 지난 2004년부터는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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