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엔저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요 산업체들이 적자 구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평균 원·엔환율은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1160원을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엔화약세에 따른 산업별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원·엔 환율은 1160.1원(3월 평균)으로 주요 산업의 원엔 환율 손익분기점(1185.2원)을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익분기점이란 그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고 그 이상으로 증대하면 이익을 가져다주는 기점을 가리킨다.
엔화가치가 10% 하락할 때마다 응답기업의 수출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4%·1.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예상했던 올 원·엔 환율 기준은 1266.9원으로 현 수준보다 106.8원가량 높았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엔화가치의 추가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제조업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경련은 내다봤다.
◇비금속광물 "수출액 감소폭 가장 커"..조선 "오히려 영업익률 증가"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제조업종 전체 환율 손익분기점은 1185.2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의 손익분기환율이 1260.7원으로 가장 높았고 ▲섬유(1200원) ▲철강(1198.3원) ▲기계·전기장비(1195.8원) ▲석유화학(1189.7원) ▲전자·통신기기(1166.7원)등 주로 일본과 치열한 수출경합관계에 있는 업종들의 환율 손익분기점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펄프·종이·가구(1158.3원)와 식품(1148.1원), 비금속광물(1125.0원), 등의 손익분기 환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원·엔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들의 수출액은 2.4%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엔저로 수출액 감소폭이 큰 업종은 비금속광물(3.8%)과 전자·통신장비(3.7%), 기계·전기장비(2.9%) 등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엔저 가속화로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들의 실적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엔환율이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들의 채산성 역시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환율이 10% 낮아질 때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폭이 가장 큰 업종은 식품업(2.6%포인트)으로 조사됐으며 전자·통신장비(1.5%포인트), 펄프·종이·가구(1.4%포인트), 석유화학(1.2%포인트) 등 업종 역시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선업은 일본과 주력선종에 차이가 있고 또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일부 부품의 단가가 하락해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1.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정부 적극적 대응책 필요..수출 금융·보증 확대"
기업들은 엔화 하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업들은 원·엔환율 하락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원가절감(28.6%) ▲환헤지상품 투자 확대(18.3%) ▲수출단가 조정(13.5%) 등 자체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2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은 원·엔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환율시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은 정부에 ▲수출관련 금융·보증 지원(37.7%) ▲외환시장 개입(29.5%) ▲수출인프라 구축(16.4%) 등 대응책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원·엔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엔저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은 첨단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에 고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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