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투자자에 대한 책임, 주의의무로 확장"
2013-04-02 15:44:38 2013-04-02 17:12:16
[뉴스토마토 서유미기자] #투자자 갑이 A증권사 B에게 매매를 일임했지만 갑의 매도주문에도 B는 매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7개월간 계좌관리를 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면서 투자자와 증권사, 선물사 등 금융투자업자 사이에서 투자 손실을 두고 서로 책임을 묻는 분쟁사례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의 자산운영에 대해 조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을 권하는 금융투자업자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금융업계 종사자로서 투자자에게 주의를 다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선관주의 의무)가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2일 여의도 63시티에서 증권선물회사의 민원분쟁 담당자 100여명과 함께 ‘증권분쟁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고 선관주의 의무의 실제 적용 현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선관주의란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증권회사나 선물회사 등 금융투자업의 경우, 시장과 상품,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에 대해 금융인으로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수준까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발제자로 나선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선관주의 의무만으로는 실제 투자자와 금융회사간의 분쟁 상황에서 금융회사에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투자자 배려를 요구하기 힘들다”며 “다양화되고 복잡화된 금융환경에 부합하는 주의 의무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관련 민원은 지난 2010년 4075건에서 지난해 3532건으로 10.2% 줄어들었다.
 
반면, 증권 분쟁 사례는 이전과 달리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민원 접수 건수는 지난 2011년 1941건에서 지난해 1620건으로 감소했으나 상담·조정 접수건수는 2011년 552건에서 지난해 575건으로 증가했다. 거래소가 중재 결정을 내린 조정 사건도 2011년 110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늘어났다. 
 
거래소 "민원 건수의 경우 증권시장의 경기 사이클에 따라 줄어든 것 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분쟁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확대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교수는 분쟁확대를 줄일수 있는 해법으로 영미법계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제시했다. 
 
안 교수는 “신인의무란 금융투자처럼 전문적 지식과 일반인의 지식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전문적 지위를 가진 금융회사가 오직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서 최고 수준의 주의를 다할 것을 요구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수수료를 받지않는 단순 브로커의 경우까지 신인의무를 부과하는 투자자보호법을 발표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의 주의요구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단순히 투자분쟁에서 패소해 투자자에게 배상금을 물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기준을 세워 투자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로 참석한 나승복 변호사는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이후 아직 판례가 충분히 축적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판례를 유형화해 구체적인 투자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회사의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금융투자업자의 업무 위축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명희 한화투자증권상무는 “금융회사에 대해 감사와 규제가 강화되면 중계 업무가 축소되고 자본시장에서 기업체의 피해만 발생할 수 있다”며 “원본손실 위험 등 투자정보를 안내하는 ’일반투자자정보 확인서’를 통해 동의를 받은 경우에도 ‘자기책임 원칙’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금융투자 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증권·선물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분쟁의 사전예방과 신속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이슈가 되는 분쟁유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투자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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