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정부의 MB 흔적 지우기가 한창이다. 이명박 정부 대표적 국정기조인 '녹색' 명칭을 지워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녹색환경정책관 등 국·과 3곳의 명칭에서 '녹색'을 삭제하는 내용의 직제개정안을 확정했고, 국토교통부도 녹색미래담당관 등 일부 부서의 '녹색'글자를 지웠다.
산업통상부도 지식경제부 시절 녹색성장기후변화정책과를 없애고 다른 과에 흡수통합시켰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제기구 유치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녹색기후기금(GCF) 전담조직도 축소 통폐합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도 당연히 `녹색` 지우개를 피하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에서 총리실 산하로 위상이 격하된 것은 물론 산하 녹색성장기획단은 폐지돼 기능이 쪼그라들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기조가 세워지면 모든 공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이름처럼 명칭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명칭변경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전 정부에 대한 불필요한 흔적지우기는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 출범 이후 '혁신'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는데 집중했다. 모든 부처에 혁신기획관이라는 사실상의 과거 총무담당과 동일한 일을 하는 관리자가 탄생했고, 혁신을 지원하는 혁신지원과장, 심지어 인사과장도 혁신인사과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외에도 전국에는 혁신학교와 혁신도시가 생겨났고, 혁신이라는 이름은 사회전반의 유행처럼 확산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사회전반에 뿌리 내린 이 '혁신'을 지우기 시작했다. 특히 여야간 정권이 교체된 당시는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모든 정부부처에서 '혁신'을 붙인 부서 명칭은 혁신없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신 '녹색'이라는 단어의 주입이 이뤄졌다. 이제 5년만에 다시 녹색을 지우고 '창조'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정책의 추진과 성과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검증하기 어렵다.
혁신인사과가 얼마나 혁신적인 인사를 단행했는지, 녹색성장위원회가 얼마나 친환경적인 정책을 폈는지는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5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민공감대를 얻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녹색성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부처별로 정책을 중구난방으로 추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과도출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을 때 어떻게 경제성장이 녹색일수 있느냐는 다소 억지스런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고 나온 '창조경제' 역시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 자체가 미래이고, 창조적인 것인데 미래창조과학이라는 것은 너무 관용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장관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그 이름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의 말씀이 모든 일에 적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찾아보는 것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수도 있지 않을까.
불필요하게 달라진 이름 때문에 부서 사무실 간판을 교체하는 것에도 국민의 세금이 사용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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