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이하 농식품부)가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직거래를 기존 4%에서 2016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직거래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직매장·직거래 장터를 크게 늘리는 한편 수급조절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농정계획을 22일 오전 청와대에 보고했다.
각 정부부처의 업무보고 일환으로 이뤄진 이날 보고는 예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맞춰서 다듬은 내용을 담고 있다.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를 접목하겠다거나 ‘현장’을 무엇보다 강조한 것이 한 사례로,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부터 물가 안정과 이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을 주문한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와 코드 맞추기..유통구조 개선은 어떻게?
농식품부가 마련한 농정계획은 ▲농업을 산업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며 ▲농촌 복지를 지원하는 내용 등 5가지 큰 방향을 담고 있다.
관심을 모은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는 ▲농협을 중심으로 생산자단체를 계열화 하고 ▲직거래를 확대해 유통단계를 축소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산지에 ‘전속출하조직’을 육성하고 대도시에는 ‘도매물류센터’를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도매물류센터의 경우 올해 6월 안성을 시작으로 2014년 밀양, 2015년 강원·장성·제주에 세운다는 방침이다.
가격 등락이 심한 주요품목에 대해 ‘가격안정대’를 설정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지양하겠지만 가격안정대를 벗어나면 소비자와 생산자가 합의를 거쳐 수급조절을 시행케 하겠다는 게 농식품부 계획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하도록 수급조절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직거래 확대를 위해 당장 다음 달부터 ‘직거래지원센터’를 운영한다는 내용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직거래장은 20개소에서 100개소로, 대규모 직거래 장터는 1개소에서 10개소로 계속해서 늘린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12%인 농협 유통 비중을 오는 2016년 20%로, 직거래 유통 비중은 현재 4%에서 오는 2016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 접목하겠다는데..어떻게?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를 접목하겠다는 건 쉽게 말해 과학기술로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품질·이력 관리에 IT 도입 ▲가축분뇨를 에너지 생산에 활용 ▲농업인의 식품가공분야 참여 확대 ▲온실 원격제어 ▲융합비즈니스 모델 등을 올해 안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을 가공·관광 등과 결합해 ‘6차 산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박근혜정부의 ‘신 부가가치 창출’에 발맞춘 내용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오는 6월 중 이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와 업무분장..“식품안전 컨트롤타워는 식약처가”
‘청’에서 ‘처’로 승격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무분장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농식품부는 양 기관이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친환경농산물 생산 ▲검역·방역 등 질병관리 ▲농식품 인증 등 품질 관리는 농식품부가 맡고, ▲식품안전기준 설정 ▲부적합식품 경보시스템 관리 ▲통합DB 구축 등 식품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식약처가 맡도록 양보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악으로 불량식품을 지목한 만큼 “안전한 농축산물을 공급”하겠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친환경농산물 공급은 지난해 7.3%에서 올해 8%까지 확대하고 안전성 부적합률은 1.5%에서 1.2%로 낮추겠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다음 달 총리실과 상설협의체를 구성해서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공동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한편 오는 9월 중 식약처와 식품종합정보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정부도 풀지 못한 문제들..이번엔?
농식품부는 그 밖에 농가소득의 안정을 위해 쌀 고정직불은 1헥타르 당 단가를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인상하고, 밭직불은 대상품목을 19개에서 26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직접지불제 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관련 법규정은 다음달 안으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시장개방 확대와 경영 여건 악화 등 대내외 불안요인에 대응하려면 개방화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 제고와 농촌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실천 의지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유통구조 개선은 과거 정부도 해결하려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농림부가 이날 보고한 농협 중심의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 확대는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안한 내용을 보충한 수준으로 보인다.
‘FTA 시대’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빠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박근혜정부의 농정 역시 ‘농업도 산업화해 제대로 팔아야 한다’는 기조 위에 서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시민사회측과 이견을 좁히는 방법 역시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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