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서울 강남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온 A대표는 최근 사촌 조카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괜찮은 전셋집을 찾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물건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남의 전세집 마련을 알선해왔지만 정작 가족들의 내집 마련을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나오는 전세매물은 너무 작거나 재개발 예정지의 오래된 아파트 뿐이다. A대표는 친척들 보기가 머쓱하기만 하다.
'3월 전세대란' 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서울 강남 등 핵심 지역에는 좀처럼 전세 매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베테랑 중개업자도 자기 전셋집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전통적 성수기인 봄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신혼부부까지 가세하며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2년 전 전세 계약 만기까지 몰릴 경우 전세 전세대란이 또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학군 프리미엄과 편리한 생활환경 등을 누리려는 전세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전세매물이 없어 매매든 전세든 거래가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중개업소가 주로 취급하는 아파트는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로 대형·고가 중심의 단지다. 공급면적 151㎡ 전세가는 10억~10억7500만원 선에 달하는 고가지만 물건이 없다.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물건 자취를 감추는데 반해 수요는 증가하며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 셋째 주 이후 현재(2월2주)까지 서울 전세가격은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철과 겨울철마저 전셋값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서울 전셋값은 0.31% 상승했으며 상승폭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113㎡는 최근 9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입주 초인 2009년 5억1000만원대으로 상당한 액수였던 이 아파트는 꾸준히 상승, 현재는 웬만한 아파트 1채 가격을 넘어섰다.
전세가 장기 상승에 여력이 있는 세입자의 매매전환 건도 나타날만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전세를 고집하면서 상승압력을 더 높이고 있다.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지만 아직 가격만 알아보는 단계"라며 "여전히 전세를 찾는 수요가 대부분이라 부탁받은 전세도 몇 개월째 연락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난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부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3월에도 전세시장 상황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집 마련 여력이 있는 가계의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릴만한 대책이 마련돼야 전세 품귀현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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