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법원이 근저당 설정비용을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근저당 설정비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로 근저당 설정비용과 관련한 집단소송 제기 등 업계 안팎에서 혼란이 일자 금융기관과 고객 중 어느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근저당권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채무자의 집이나 땅을 담보로 잡아두고, 그 권리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근저당 설정비용은 근저당을 설정할 때 들어가는 행정수수료 등 비용이다.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 등기신청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및 법원인지세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받을 때 발생하는 근저당 설정비용은 60~80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근저당권 설정비용 부담에 관한 약관조항은 최초 고객 부담형에서 선택형으로, 다시 은행 부담형으로 변경됐다.
2003년 이전에는 비용을 모두 고객이 부담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이후 선택형 표준약관이 적용되면서 담보대출 고객과 은행 직원은 근저당 설정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정하게 됐다.
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는 경우 이를 반영해 금리를 산정하는 반면 고객이 부담하는 경우는 은행이 부담하는 경우 보다 약 0.2% 정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든 고객이 부담하든 실질적으로 고객이 지출하는 총 금액은 동일했던 것이다.
이에 지난 2005년 한국소비자원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데 고객들 간 발생하는 금리 차이를 두고 여러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택형이 아닌 은행부담형 약관으로 개정할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약관이 은행 부담형으로 바뀌기 이전 대출 고객들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에 대한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금융소비자연맹의 집단소송 등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줄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선택형 약관이 적용됐던 지난 10년간 지급되어 온 설정비용의 반환 청구금액은 무려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27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채무자가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용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채무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은 소송들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금융소비자연맹 등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남은 재판부도 신속히 판결해 소멸시효로 사라지는 소비자권리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권은 이번 판결과 은행 소송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은 신협과 달리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부담하면 금리를 깎아주거나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부여해왔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소송 자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택형 표준약관이 불공정해서 은행부담으로 바뀐 것이 아닌데 의미가 오인되면서 무차별적으로 반환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은 설정비용을 부담하고 담보를 설정해 주는 대신 신용대출에 비해 더 낮은 이율로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설정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미국, 유럽 등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도 설정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차원에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존 판례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불필요한 대규모 소송을 주도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 점이 아쉽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오해들이 불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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