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끝나지 않은 '집안싸움'.."대법원까지 간다"
2012-11-16 16:23:28 2012-11-16 17:17:29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계열분리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간 다툼'이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패소한 금호석유화학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정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호아시아나, 금호석화측 주장은 '억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석화가 염원하고 있는 그룹사 계열분리는 법정에서 다툴 것이 아니라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020560) 지분 12%를 매각하면 끝난다는 설명이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자료제공=반기보고서, 뉴스토마토 제작)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일가들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의 약속이었고, 지분을 정리하는대로 금호석화도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모두 매각해 실질적인 분리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매입 당시와 비교해 하락폭이 커 손해가 크다는 입장을 보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대신 공정위에 계열분리 소송을 냈다.
 
업계에서도 금호석화가 아시아나 지분만 매각하면 쉽게 끝나는 일을 지리한 법정공방으로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회장님들 간의 감정싸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호석화 "완전한 분리를 위해 법적공방 필요"
 
"금호아시아나 그룹과의 완전한 분리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과의 '계열분리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며 금호아시아나와의 완전한 분리 의지를 다졌다.
 
금호석화 측은 이번 재판과정에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두 회사의 워크아웃에 대한 채권단 관리감독 문제점도 제기했다. 특히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002990) 및 아시아나항공 우선매수권과 명예회장 추대 승인을 대표적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도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이들을 명시한 '경영정상화 합의서' 및 '추가 합의서'에 승인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예상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을 통한 분리방안에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이미 떨어질 때로 떨어진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매각을 통한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기업분리 이외에도 형식적으로도 완전한 분리를 원하기 때문에 법정공방을 한다"며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한 소속 화학 계열사들은 '석유화학 전문그룹'으로 거듭남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난' 시선은 부담
 
이번 소송은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제외신청에 대해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부 처분을 내리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가 계열회사 지분율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지배력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15개월간 지리한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지난해 6월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박찬구 회장은 검찰조사가 박삼구 회장의 허위진술에서 비롯됐다며 검찰에 역고발한 바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형제 간의 '감정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판부도 "만약 기업집단 지정 이전부터 존재하던 사유도 공정거래법 14조1항에 따른 계열제외 사유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해당회사 및 그 특수관계인은 기업집단 지정 처분이 대한 제소기간이 초과한 이후에도 언제나 지정처분의 흠을 다툴 수 있게 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행정행위의 불가쟁력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계열제외 사유를 기업집단 지정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한정해 해석하더라도 해당 회사는 다음 해의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구제 받을 수 있다"며 "관련 조항에 따른 계열제외 사유는 기업집단 지정 이후에 생긴 사유로 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자칫 이번 판결을 통해 재계순위 23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 그룹 내 수익을 내는 기업은 금호타이어(073240)다. 금호산업은 글로벌 경기불황과 건설업 부진에 따라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모태 기업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충분히 있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에서 분리된다면 아직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그룹 내 '캐쉬카우'와 '명분'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도 "금호석유화학이 제기한 계열분리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금호그룹 내 캐쉬카우 역할은 금호타이어에서 맡고 있다"며 "만약 계열분리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이 받아들여졌다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핵심계열사를 잃게 돼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 측은 언론과 업계에서 보는 '형제의 난'에 대한 시선을 한목소리로 경계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회장님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회사의 이익을 위한 소송"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 등과 완전히 독립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인되면 금호그룹의 악화된 대외신용도에 따른 불이익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자율협약 졸업을 위해서라도 전사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이번 소송이 회장님들간 싸움으로 비치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며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지분만 처분하며 간단히 해결되는만큼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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