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국내 주요그룹 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울상공회의소는 17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으로 대변되는 경제민주화는 물론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노동입법 및 일자리 정책 동향, 기업 기(氣) 살리기 등 최근 경제 주요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회장단이 직접적인 반박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난 민심을 자극해 정치권의 칼날을 더욱 매섭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자총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을 동원해 재계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한편 보수언론과 학계 등을 통해 우회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이란 게 여야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14일 안철수 후보가 '계열분리명령제' 카드를 뽑아들자 긴급 논평을 통해 “대선 후보들이 위기극복 및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와 함께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기업의 투자활동을 제한하는 반시장적 규제 도입 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금지에 금산분리 강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지주사법 강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그리고 계열분리명령제까지 정부가 강구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책이 모두 망라되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감이 내재된 결과다.
또 비록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개인 의견"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부유세 신설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증세론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감세'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재계로선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진은 이어졌다. "도저히 끝을 알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그룹의 표상인 삼성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직접적 의문도 잇달았다. 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순환출자 금지에, 금산분리 강화, 여기에다 계열분리명령제까지, 최종 방점이 삼성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사 관계자는 “여야가 내놓은 재벌개혁 방안을 종합하면 족쇄와 다름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계열분리명령제는 사실상 재벌해체론"이라며 "반기업 정서에 정치권의 칼날까지, 마치 우리가 국민의 적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가 성장을 도외시할 때가 아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반면 재벌그룹을 향한 정치권의 개혁 강도는 대선이 가열될수록 보다 거세질 것이란 게 정치 평론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형성된 경제민주화 전선이 경쟁적 구도로 바뀌면서 부유세 신설과 계열분리명령제 등 극단적 진보 정책이 서슴없이 거론된 것도 결국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회장단 모임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 회장,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등 주요그룹사 회장단 1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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