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언론탄압 표상 YTN..갈채 받아 마땅한 이유
해직 4주년 현장의 말 말 말.."가장 멋진 저널리스트로 기억할 것"
2012-10-06 14:30:16 2012-10-06 14:31:26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여러분, 격려해주시라. 저들은 내보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린 이들이 가장 멋진 저널리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6일 늦은 오후 서울 용산의 백범기념관, 변상욱 기자(CBS 콘텐츠본부장)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내가 울렸고 현장에 자리했던 이들의 마음이 공명했다.
 
YTN의 해직 4주년을 기념하는 현장, 사회자로 나선 YTN 박진수 기자, 이광연 앵커는 "지켜주셔서 고맙다는 의미로 마련한 자리"라고 행사를 설명했다.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등 YTN 해직기자를 비롯해 해직계 대선배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기자들, 해직계 동료격인 MBC와 국민일보 기자, PD가 자리를 같이 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영훈 민주노총위원장, 명진 스님,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등 노동계 재야인사와 문재인, 이해찬, 배재정, 박선숙, 권영길 등 야권 정치인도 현장에 함께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집계한 ‘이명박정부 언론인 해고·징계 현황’은 9월17일 기준으로 447명.
 
정치, 종교, 자본 등 권력층과 타협·협조하길 거부하다 해를 입은 이들이다.
 
그 전위에 YTN 노조가 우뚝 서 있다.
 
4년 전인 2008년, 노조는 현 정부의 집권기념 전리품으로 YTN이 던져지는 상황을 거부했고 그 와중에 기자 6명이 해직 당했다.
 
조직은 내상 입고 복직은 해결되지 않는 등 결과는 처참했지만 훗날 언론 민주주의를 위한 ‘필요비용’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의지와 실천의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공영·준공영 언론사의 거버넌스 논의에 다시금 불이 댕겨진 현 상황도 YTN 탄압·수난사의 가치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기자 6명의 해직은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정보도 의지가 '믿을 만하다'는 점을 시청자에 각인시켰다.
 
다음은 YTN 해직 4주년 현장에서 나왔던 연대사, 혹은 격려사의 일부다.
 
언론정책은 집권세력마다 다를 수 있어도 '언론자유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본질이 달라질 수 없다는 데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을 표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배석규를 쫒아내야 복직할 수 있다”
 
복직문제를 협상하자는 제안이 왔다. 민간인 불법 사찰로 YTN 사장자리는 장물임이 드러났는데 그런 사장과 어떻게 협상하나 싶었지만 조합원들 힘든거 알고 있기 때문에 배석규 사장의 답변을 기다렸다.
 
배석규 사장이 말하길 "너희는 나쁜 놈이니까 그렇게 나쁜 놈이라고 사과하라"고 하더라. 그 말이 고마웠다. 할 일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배석규가 있는 한 우리가 복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배석규를 쫓아내야 우리가 복직한다는 의미다. 배석규 몰아내는 싸움에서 승리할 때까지 믿고 지지해 달라.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 “상식을 질식시킨 원인균 박멸”
 
질식할 것 같은 현실에서 산소호흡기가 돼 준 건 여러분이다. 병상에서 털고 일어났으니 상식을 질식시킨 원인균을 박멸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다시 잔치를 열어서 여러분 초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장혁 YTN 기자 “80년대와 비교하는 현 상황은 분명 비정상”
 
김근태 선생의 책 <남영동>이란 책을 보면서 이런 시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시대의 폭력과 그 시대를 비교하게 된다. 사실 급이 안 되는데도 감히 머릿속으로 비교하게 된다는 것, 이 시대의 비정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징계, 채찍질을 좀 더 견뎌서 준마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최승호 MBC 해직PD “해고자 몇 명의 싸움이 아니었다”
 
우린 끊임없이 싸웠고 살아남았다. 포기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았다. 해고자 몇 명의 싸움이 아니다. 한국 공영·준공영 언론이 싸웠다. 이것은 엄청난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정재홍 MBC <PD수첩> 작가 “박근혜는 왜 아무 말 없는가”
 
저희는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6명이 해고됐다. <피디수첩>이 문을 닫고 조용해졌는데 이런 조용한 분위기를 위해 할 말 하는 언론인을 해고한 것이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가 권력을 비판하는 것인데 비판을 했다고 해고한 것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지난번 ‘응답하라, 피디수첩’ 행사에선 안철수 후보가 왔고 이번엔 문재인 후보가 동참했다. 그런데 차기정부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한 박근혜 후보는 우리도 YTN 노조도 똑같이 초청했는데 메시지 하나 전달하지 않는다. 언론 탄압을 용인하는 것인지 그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진리는 때를 기다려도 언젠가 터져 나와”
 
전두환 정권 시절 홍순관 기자 최일구 기자와 제작거부를 한 일 있다. 그 당시에는 MBC 안에 경찰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선배들이 보호해줬기 때문이다. 정권의 나팔수 노릇 하던 선배들도 그런 인식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이 깨진 게 아닌가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진리는 반드시 터져 나온다. 다만 때를 기다려라. 선배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여러분의 투쟁은 언론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 “피부가 벗겨져 쓰라린 맨살이 드러나도 언론인은”
 
저널리스트는 영혼이 과격한 사람이다. 피부가 벗겨져 맨살이 드러날 때 어디 부딪치거나 스치기라도 하면 쓰리고 아프지만 저널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과격해야 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쓰라림 때문에 폭로하고 기사를 써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의 맨살은 뿌리다. 하지만 가장 연약한 뿌리가 거친 땅을 뚫고 들어가 나무가 버틸 수 있도록 한다.
 
예전 80년대 시위 현장 나갈 때마다 제일 먼저 와서 제일 늦게 가는 분들이 동아투위 선배들이었다. 이 분들이 제일 먼저 와서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줬기 때문에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싸운 여기 해직자를 후배들이 보면서 어려운 시절이 와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저들은 내보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린 이들이 가장 멋진 저널리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분, 격려해주시라.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