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부실저축은행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 후 모회사까지 부실해지는 이른바 '저축은행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한 웅진그룹의 지주사 및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물론,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한 현대증권도 추가부실 문제로 이런저런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웅진계열 서울저축은행과 늘푸른 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저축은행은 6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4%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이에 따라 10월과 12월에 두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그러나 서울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웅진그룹의 자금사정 악화로 인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부실위기에 처했다.
서울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웅진캐피탈로 65.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웅진캐피탈이 만든 사모펀드 웅진금융제이가 23.52%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웅진캐피탈의 지분 93%를 윤석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울저축은행 인수는 당시 윤석금 회장은 사재까지 내놓는 등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인수자금을 포함해 2000억~3000억원대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부실이 많아 건전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있어 손을 털고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A저축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의 자금이 들어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끌고 온 것"이라며 "부실을 막기 위해 자금은 계속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한 현대증권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7일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판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내용의 이메일을 현대증권 전 임직원에게 보내 매각설을 일축했다.
현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현대증권 '매각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을 서둘러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저축은행(옛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5개월 만인 올 4월 추가부실이 발생해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데 이어 연말에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중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 26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때 부실이 많음에도 실사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룹이 해외 사모펀드에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쪽지를 노조원들에게 보내 시장의 우려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형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 되며 무너진 것처럼 대형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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