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근 법원이 개인비리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홍보담당 간부 A씨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해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이 금융기관 직원의 업무를 여신·대출 등에 한정 짓지 않고, 금융과 무관한 홍보 업무까지도 해당한다고 폭넓게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의 임원은 일반 공무원과 같은 엄격한 청렴의무를 지니는데, 홍보담당 직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광고물량을 배정해주기로 하고 대행사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D증권 전 홍보본부장 A씨에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특경가법상 수재 등 5조'다.
이 조항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얻었을 경우,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난주 A씨에게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연령, 가족관계 등 유리한 양형조건 등을 참작해 작량감경(법관이 범죄의 정상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그 형을 덜어 주는 일)을 해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작량감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10년형의 절반인 5년 이하는 선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일반 기업의 경우라면 특경가법상 배임 증죄 등 혐의가 적용되고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것과 크게 대비가 된다. 이 경우 작량감경이 됐다면 2년 이하의 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A씨는 "금융기관의 업무 또는 신용에 관련된 업무와 무관한 회사의 홍보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으므로, 특경가법상 수재 등의 법률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일원은 일반공무원과 같은 엄격한 청렴의무를 진다"며 "그런 의무를 지닌 A씨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광고를 배정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에게 적용된 '특경가법상 수재 등 5조'의 입법취지는,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취급하는 사무의권위에 속하는 직무행위 뿐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무와 그와 관련하여 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사무도 포함한다"며 "금융기관의 직원인 A씨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돈을 받은 이 사건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원은 A씨가 자수(범인이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자기의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 감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 신고한 행위가 자발적이더라도 그 내용이 자기의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자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는 수사기관에서 광고대행사 B씨로부터 6000만원을 받았다고 신고하되 이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된 내용(수수액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때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은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A씨에게 적용된 범죄요건에 관해 신고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이후 A씨가 1억4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자백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수사 과정에서 공여자를 회유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축소하려고 시도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D증권의 옥외광고물과 케이블TV, 뉴미디어 광고물량 등을 계속 수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광고대행업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407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법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청령섬을 대출이나 여신, 투자 등의 업무에 한정하지 않고, 그와 무관한 홍보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의 직원에게까지 폭넓게 적용한 판결"이라며 "금융기관의 투명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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