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OLED TV 출시 앞두고 '전면전'
2012-09-07 17:18:12 2012-09-07 17:19:1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과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양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크기인 55인치 OELD TV를 동시에 선보이며 하반기 출시를 공언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두 회사는 자사의 기술이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수준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양사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전자뿐만 아니라 OLED 패널을 공급하는 핵심 계열사들도 덩달아 법정공방에 휩싸이면서 전방위적으로 대립각이 형성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OLED 핵심기술과 인력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21개의 관련기록과 18종의 세부기술 등에 대한 영업비밀 등에 대한 침해 금지를 요청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관련 기록과 기술을 LG디스플레이가 직접 사용하거나 제3자에 공개할 경우 건당 10억원 씩을 지급하라고 피해 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7월 검찰이 삼성전자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사실에 기초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특히 수원지방법원에서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삼성이 먼저 나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 전시될 OLED TV 2대가 분실됐다며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OLED TV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경쟁사에 대한 견제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LG전자는 지난 5일 막을 내린 ‘IFA 2012’ 전시회 부스에서 14대의 OLED TV를 전시했다.
 
OLED TV는 액정과 달리 자체발광 소재를 사용해 화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두께 또한 획기적으로 축소되는 등 기존 TV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로 평가 받는다. ‘꿈의 TV’로까지 불리는 이유다. 특히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선보일 정도로 관련 기술에서는 양사가 독보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기술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양사의 전면전으로 확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발광 유기물을 사용하는 'RGB' 방식을, LG전자는 컬러필름을 통과해 색을 구현하는 'WRGB' 방식을 택했다.
 
LG전자가 적용한 기술은 생산비용이 RGP 방식에 비해 저렴하고, 대형패널 생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의 기술은 WRGB에 비해 화질은 뛰어나지만 설비 구축비용과 수율 등의 면에서 다소 단점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때문에 OLED TV가 출시되면 LG전자가 우위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연이은 초강수가 결국 '흠집내기용 아니냐'는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편 OLED TV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형·민사 소송을 제기당한 LG 측의 대응 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술 유출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는 송사가 불거질 때마다 번번이 "경쟁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사용할 일도 없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시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지난 5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가처분 신청을 내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삼성 측이 침해한 OLED 기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OLED 기술을 둘러싸고 역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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