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밀양지역 피학살자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자 연합회를 결성했다가 5·16 군사정변시 이적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불법구금과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밀양군 피학살자조사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김모씨의 유족들이 "불법구금 등에 대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1960년 6월 한국전쟁 당시 경남 밀양지역에서 학살당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을 모아 조사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유골 발견과 위령제 등을 지내는 등 활동을 해오다가 1961년 5월 군사정변과 함께 계엄령이 선포된 뒤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다.
김씨는 불법구금 177일만에 "불법조직을 결성해 북한을 이롭게 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는 혐의(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기소돼 혁명재판소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징역 10년형이 확정돼 복역하던 중 1965년 12월 형집행 면제로 석방됐다.
1986년 김씨가 사망한 뒤 김씨 조카의 신청으로 진상조사에 나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0월 김씨에 대한 기소와 처벌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국가에게 김씨에 대한 재심과 명예회복을 위한 절차를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근거로 김씨의 유족들은 법원에 혁명재판소 판결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으며, 부산고법은 김씨에게 혐의가 없음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0년 7월 확정됐으며, 김씨의 유족들은 불법행위로 인핸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가는 이에 대해 "원고들은 김씨가 불법체포·감금당했을 당시 법적 문제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이후 군사정권과는 달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데 장애가 없었다"며 소멸시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 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며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 17명에게 모두 19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국가는 김씨를 불법 체포·구금하는 한편 위법한 재판을 통해 장기간 수감하고, 김씨와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무려 45년이 경과하도록 방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피고가 주장한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배상을 결정한 원심 판단은 옳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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