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현대제철(004020)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노조 내 입장차가 좁혀지질 않으면서 장기화될 조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조원들이 현 집행부의 무능력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 임단협이 추석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6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2차 조합원 찬반 투표가 부결된 데 이어 오는 10일과 11일 3차 투표마저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현대제철 노사는 ▲기본급 9만4900원(5.4%) 인상 ▲성과급 300% 지급 ▲일시금 700만원 지급 ▲생산촉진격려금 190만원 지급 ▲휴직기간 18개월로 연장 ▲정년 60세로 연장 ▲의료지원비 2000만원으로 상향 ▲육아휴직 1년 부여 등에 합의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영업이익률 하락 등 업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진행된 2차 조합원 투표는 찬성 49.1%, 반대 50.6%로 부결됐다. 8~11일 진행된 1차 투표보다 반대비율(61.4%)이 다소 줄었지만 노조원 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5월 말에 시작된 협상이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은 올해 처음으로 포항과 인천, 당진 3개 공장 합동으로 구성된 집행부가 전체 조합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협상안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수의 조합원이 원했던 보너스와 상여금, 개인연금 상향 등의 조항을 새로운 집행부가 회사와의 협상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기본급 및 성과급 인상, 밤샘근무를 없애는 등 괄목할 만한 결과를 거뒀기에 현대제철 노조가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한 노조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지만 매번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결과를 뛰어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이번 결과를 의식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보통 2개월에서 3개월 내에 대체로 2차 투표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인천과 당진, 포항공장이 처음으로 함께 집행위를 구성해 협상에 나선 '원년'으로 나름의 진통이 있어 보인다"면서 "추석 안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0일에 치뤄질 3차투표 협의안이 성과금을 추석 안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문구만 변경됐을 뿐, 2차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이번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조원들이 집행부에 성과 부진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어,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해 사측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임단협이 추석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더 이상의 교섭이 없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번 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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