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켜켜이 쌓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한국전력의 '의지'가 가상하다 못해 눈물겹다. 지식경제부에 대한 선전 포고에 이어 자기 식구에 대한 태클까지, '용감한 녀석들'이 따로 없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한국전력(015760)은 여전히 전기요금이 원가 회수율이 못미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며 지난 4월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당시 한전은 13.1%의 전기료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지경부는 인상폭이 과도하다며 퇴짜를 놨다. 7월에 한전 이사회가 논의 끝에 10.7% 인상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물가 등을 고려해 5%대 미만이 적절하다'며 또 다시 반려했다.
결국 이달 초 4.9% 인상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이 과정에서 물가관리에 민감해진 정부와의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지난 29일, 잠잠하다 싶었던 한전이 식구나 다름 없는 전력거래소와 정부 공무원이 포함된 비용평가위원을 상대로 4조4000억원 규모의 소송까지 냈다. 전력거래소와 발전 비용을 심의·의결하는 비용평가위원이 규정을 어겨 전력 구입비가 상승해 손해를 봤다는 것.
이에 전력거래소는 신속히 해명자료를 내고 "이번 소송은 거래소와 비용위원회를 협박해 정상적인 시장 운영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력거래소는 연간 예산이 810억원에 불과한 비영리 기관이다. 비용평가위 역시 손해를 배상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이번에 한전이 제기한 소송은 정부에게 뺨 맞고 자회사에게 화풀이하는 격일 뿐, 현실화 되지 않은 전기요금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에 한전이 제기한 소송이 일종의 '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소송을 맡을 법무법인이 정해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150억원이 넘는 소송 인지대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전이 저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김중겸 한전 사장과 경영진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쌍수 한전 사장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전기요금을 제 때 인상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2조8000억원의 소송을 당했다. 따라서 현 경영진이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출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짜 속사정이 무엇이든 간에 한전의 '쇼'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한반도를 휩쓸고간 '볼라벤'과 '덴빈'의 정전피해복구에 여력을 쏟아야 할 전력당국이 책임 회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쇼'의 연출자 중 하나인 전기료 체계 문제도 심각하게 되돌아 볼 때다. 어쩌면 한전이 코너에 몰린 쥐처럼 고양이를 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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