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등 시설관리 사각지대 '판자촌'..한전 "법적 관리대상 아니다"
한전 "자체 설치한 '개인설비'" vs 주민 "최소 안전관리는 해줘야"
2012-08-29 14:10:58 2012-08-29 14:12:10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판자촌 주민들이 전기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한전에서 전선 등에 대한 시설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판자촌이 자체적으로 전선을 설치하고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기 때문에 관리대상이 아닌 개인설비란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노후화된 장비로 사고위험이 커 전력당국의 최소한의 안전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29일 한국전력(015760)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포이동 재건마을 등 판자촌의 전선 설비에 대한 전력당국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룡마을의 경우 1980년대 말 도심개발에 밀려 무허가 판자촌이 형성되면서 개인들이 자체적으로 전선을 설치하고 전기를 끌어온 상황이라 현재 전선들이 상당히 노후화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항상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구룡마을에서는 지난 1월과 6월에 각각 4지구와 8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981년 형성된 포이동 재건마을도 구룡마을과 같은 형식으로 전선들이 설치돼 노후화가 심각하다. 재건마을 역시 지난 6월에 전기설비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판자촌의 전기설비 문제에도 한전의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체설치시설로 분류돼 전선 교체나 정비 등 안전 관리를 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계약서에 따르면 설비 관리의 책임은 재산 한계점을 기준으로 나뉘는데, 구룡마을의 전선 설비는 한전의 재산 한계점을 벗어나 있다.
 
재산 한계점은 전력 구매자의 전기설비와 한전 전기를 끌어오는 전선인 인입선이 만나는 곳을 의미하며, 이 점을 기준으로 설비 책임 주체가 달라진다.
 
구룡마을은 현재 마을 자치회가 8개의 변압기를 설치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온 후 가구가 개별적으로 마을 자치회 변압기로부터 전기를 끌어 쓰는 형태다.
 
재건마을도 구룡마을처럼 마을 내 변압기로 전기를 받아온 후 가구가 개별적으로 전기를 끌어 쓰고 있다.
 
일반적인 가구들이 계량기를 설치해 한전으로부터 직접 전기를 공급받는 일반적인 형식과는 다른 셈이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한전이 제공하는 전력을 사용하고,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관리는 전문가인 전력당국이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지난 1월 화재시에도 피해 전선 복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수리했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전선 교체 등 전기 공사를 하기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많고 혼자 사는 노인분들도 많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도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한전의 관리가 부족한 것 같다" 토로했다.  
 
한전 관계자는 "형광등이 고장나면 고객이 직접 교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전체 계량기로 한전 전기를 받고 주민들의 자체 설비로 계량기의 전기를 가정으로 끌어 쓸 경우 개인 소유인 전선 등의 설비관리는 주민들이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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