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부처 장관의 말 한마디는 '천금'과 같다. 말 한 마디가 부처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신중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민들과 산업계는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홍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이는 2차 오일쇼크 여파가 남아있던 지난 1981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한 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한 후 당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연내 전기요금을 또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장관이 바뀌자 상황이 돌변했다. 지난해 11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빨리 협의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후 12월 전기요금이 평균 4.5% 인상됐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파장을 줄이기 위해 요금 대상과 폭을 최소화했다지만 결국 정부는 한 해 두 차례 전기료를 인상했다.
올해 2월 취임 100일을 맞은 홍석우 장관은 "(전기료를) 지난해 두 차례나 올리지 않았느냐"며 "당분간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6개월 후 전기요금은 평균 4.9% 올랐다. 게다가 최근 전기요금이 인상된지 채 한달도 안돼 올해 또 한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홍석우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홍 장관은 지난 28일 지경부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다시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기요금 인상설은 홍 장관이 한 행사에 참여해 기업들에게 산업용 전기요금이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준비하라고 주문한게 단초가 됐다.
홍 장관은 "평상시 산업계가 전력 효율을 많이 높이도록 노력하면 좋겠다는 당부를 실감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어설픈 홍 장관의 해명을 곧이 믿을 기업이 있을까. 더욱이 장관이 기업이나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실감'을 위해 쉽게 을 내뱉었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기업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전기요금 발언을 번복한 적이 있고,
한국전력(015760)에서 이번 전기료 인상 시 두자리수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전기요금 원가 회수와 물가 안정에서 접점을 찾는 역할을 한다.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전의 끊임없는 전기요금 현실화 요구에도 '적정'한 전기요금 인상폭을 정한 지경부가 이후 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결국 앞선 인상이 충분히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홍 장관이 올해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확언한 만큼 국민들은 분명히 지켜볼 것이다.
홍 장관은 '장관의 말=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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