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세기의 특허전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이 삼성의 '완패'로 일단락되면서, 소송 결과가 국내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을 살펴보면, 애매모호한(둥근 모서리 형태의 직사각형) 디자인 특허뿐만 아니라 바운스백(화면을 맨 아래까지 내리면 다시 튕겨져 화면 끝을 알려주는 기술), 멀티터치 확대(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기술), 두드려 확대 등 3건의 기술 특허 침해사실이 인정됐다.
이는
LG전자(066570)와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도 동일하게 차용하고 있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양사는 삼성전자의 완패를 강 건너 불 구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애플이 특허전을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확대할 경우 이들 역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27일 소송 결과를 접한 LG전자와 팬택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애플이 제기한 특허 침해를 우회할 대안 마련에 돌입했다. '걸면 걸리게 된 상황'에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게 됐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일단 LG전자의 경우 디자인 특허 침해 부문에선 문제의 소지가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스마트폰 '프라다 3.0'을 기점으로 전면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플로팅 매스' 기술을 적용했다.
또 모서리각을 강조한 디자인, 금속 느낌의 소재, 가죽 질감의 뒷면 커버 등의 특징을 묶어 'L-Style'이라고 부르는 디자인을 채택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둥근 모서리 형태의 직사각형 위주의 디자인 특허 침해 논란에서는 비켜서 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바운스백, 멀티터치 확대, 두드려 확대 등 기술 특허 관련해서는 LG전자나 팬택 역시
삼성전자(005930)와 마찬가지로 애플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제조사들로서는 혹여 튈 불똥을 우려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애플이 특허침해를 제기한 기술을 적용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애플 측에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입장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송 결과가 미칠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파급 효과를 살피고 있다"며 "다른 경쟁업체도 대책을 마련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LG전자와 팬택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특허소송을 직접 제기하기보다 삼성과의 소송을 통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만족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경쟁업체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다만 제조사들이 애플과 유사한 디자인이나 기능 등을 더 이상 차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개발비용의 증가는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가 엇갈렸다.
LG전자는 오후 1시50분 기준으로 전거래일 대비해 3.58% 오른 6만9500원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7.29% 내린 118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디자인이 애플과는 다른 각진 디자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데다 휴대폰 부문에서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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