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펜타포트를 뜨겁게 달군 그 밴드들
2012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 생긴 일
2012-08-13 20:07:28 2012-08-13 20:08:4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012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정서진에는 주최측 추산 기준으로 7만여 명의 관객이 모여 뜨거운 여름밤을 함께 보냈다.
 
참가 밴드들은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관객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고, 밴드들의 각기 다른 개성에 관객들은 마음껏 환호하고 열광했다. 기억에 새겨진 밴드들이 많았지만 여기,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밴드 네 팀의 공연 현장을 소개한다.
 
◇ 데뷔한 지 벌써 20년 된 '애쉬'
 
다수의 밴드가 경쟁하듯 무대에 오르는 록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퍼스트 트랙'이다.
 
첫 곡으로 관객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철저한 음향 정비가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첫 곡이 가장 아쉬운 밴드가 바로 애쉬(ASH)였다. 트라이포트 이후 13년만에 펜타포트 무대에 선 애쉬는 짐짓 반가운 얼굴로 한국팬에게 "우리가 돌아왔다"고 환하게 웃었지만 실상 중반까지 공연의 질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오, 예(Oh, Yeah)', '걸 프롬 마르스(Girl From Mars)', '워킹 베어 풋(Walking Barefoot)' 등 팬들의 귀에 익숙한 전성기 시절 트랙이 나오기 전까진 이렇다할 호응을 이끌어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쉬는 건재함을 드러냈다.
 
주어진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성의 있는 자세 덕분에 결국 공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무대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보컬리스트 팀 휠러의 목소리는 아직도 풋풋하건만 애쉬가 데뷔한 지도 벌써 20여년이다.
 
이제는 어느덧 저물어가는 중견밴드가 됐다. 한때 팝과 펑크락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라는 평가를 들었던 '애쉬'의 음악은 곱게 여물어가는 듯 하다.
 
 
 
 
 
 
 
 
 
 
 
 
 
 
 
 
 
◇ 단순함의 미학, '스노 패트롤'
 
2006년 1회 펜타포트 참가 이후 6년 만에 귀환한 영국 대표 브릿팝 밴드 스노 패트롤의 음악은 단순하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단순함의 미학'은 라이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듯하다.
 
얼핏보면 평범한(?) 꽃미남 밴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데뷔 14년을 맞은 어엿한 중견밴드다. 6년만에 돌아온 스노 패트롤은 이제 떳떳하게 헤드라이너를 차지할 만큼 빅 밴드로 성장했다. 물론 커진 건 공연의 덩치뿐만이 아니었다. 무대매너, 라이브 실력, 관객과의 교감 등 앨범 <파이널 스트로(Final Straw)>로 펜타포트를 방문했을 때의 그 밴드에서 훨씬 더 성장해 있었다.
 
◇ 악천후 딛고 분위기 살린 '크리스탈 캐슬'
 
이미 유수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킨 캐나다의 일렉트로니카 신성. 라이브 무대에서의 크리스탈 캐슬은 디제이(DJ)가 아니라 보컬리스트 앨리스 글래스의 춤동작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했다.
 
크리스탈 캐슬 특유의 노이즈와 몽환적인 루프가 앨리스의 춤동작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도저히 몸을 가만둘 수 없는 흡인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음향 상태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앨리스와 이든 캐스는 매 곡이 끝날때마다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제스추어를 취하며 다시 사운드체크를 요청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관객속에 몸을 던져가며 그 와중에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 펜타를 미치게 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23년의 관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무대였다. 악천후로 인해 기타사운드가 제대로 퍼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만한 감동을 만들어낼 밴드가 '미친 거리의 전도사들(Manic Street Preachers)'말고 또 몇이나 될까?
 
첫번째 한국방문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신곡에 가까운 선곡이 많았지만 몰입을 방해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초기 히트곡인 '모터사이클 엠티니스(Motocycle Emptiness)'를 시작으로 '이프 유 톨러레잇 디스(If you Tolerate this)'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어 디자인 포 라이프(A Design For Life)'를 비롯한 히트곡에서는 여지없이 '떼창'이 뒤따랐다. 마지막 곡인 '이프 유 톨러레잇 디스'가 울려퍼지는 순간이 이번 2012년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최고의 순간이었다.
 
지구 반바퀴 떨어진 나라에 좌파적 메시지를 잔뜩 담은 자신들의 노래를 수천명이 따라 부르게 만드는 '전도사들'의 힘은 '제2의 섹스피스톨즈'가 되겠다며 23년을 달려온 그들의 목표가 이미 초과달성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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