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여름은 무더위와 장마, 휴가 등으로 전세시장에서 비수기로 불리지만 강남만은 예외였다. 방학을 이용한 강남행 학군 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로 강남 중개업 시장에선 가장 바쁜 시기 중 한 때다. 그런데 올 여름, 강남으로 향하던 맹모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학군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강남구 대치동은 7월 총 40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년동기 319건에 비해 87.5%나 감소했다. 인근 도곡동 7월 전세계약은 45건. 지난 해 같은 기간 도곡동 총 368건. 강남을 찾는 전세수요가 1/10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대치동에서 15년 영업한 ‘T'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런 여름 방학은 처음본다”며 “1년 중 가장 전월세 거래가 활발한 시점인데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강남을 찾는 발걸음이 끊긴 이유로는 너무 비싼 전셋값이 첫 손에 꼽힌다.
서초동 ‘B’ 중개업소에는 “지난 2~3년 동안 전셋값이 너무 오르지 않았는가, 요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에서 그거 조금 내린다고 내리는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강남3구 전셋값은 31.9% 상승했다. 3억3000만원이었던 강남구 도곡동 도곡랙슬 전용 59.97㎡의 평균 전세가는 4억4000만원선까지 올랐다. 이 정도 금액이면 강북에서 더 큰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두산위브 전용 84㎡ 매매가는 4억3000만원이다.
이 중개업자는 또 “전셋값이 너무 높으니까 재계약 시점이 와도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교육방송이나 인터넷교육도 잘 돼있고, 경제는 안좋고 아무리 맹모라도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되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강남을 지탱해주던 맹모마저 강남을 떠나며 강남 전세시장에 과거와 같은 전세난은 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강남 전세시장은 최고점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임대주택연구소 한문도 소장은 “매매은 가수요가 시장을 끌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도 같이 올라가지만 전세는 100% 실수요시장으로 세입자의 소득 수준과 관계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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