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출산과 육아와 관련한 각종 박람회를 찾는 예비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박람회에서 미리 구입한 물건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규정이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물건을 구매해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물건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판매업체들이 AS적용기준은 구매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구매시점을 교환이나 환불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는 유모차나 어린이 의류 등 영유아용품의 경우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구입시점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하자가 확인돼야만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고, 1개월 이내에만 교환이나 무상수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공정위와 소비자원의 권고사항으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쟁이 발생할 시에 합의 기준이 되는 척도다.
문제는 이런 기준 때문에 베이비페어, 임신출산육아박람회, 육아용품전시회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각종 박람회에서 영유아용품을 출산 이전에 미리 구입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AS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육아박람회에서 신생아용 바운서를 구입한 여 모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최근 뒤늦게 불량을 확인했지만, 판매자로부터 전시상품은 교환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지난 3월 임신 6개월이던 김 모씨는 당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를 찾아 아이의 배넷저고리 몇장을 구입했다가 교환을 하고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김씨는 "업체에 연락하니 박람회 행사용으로 판매된 것이라 일반 매장에서는 교환이 안되고, 본사로 직접 방문하거나 왕복 택배비를 부담해야만 교환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월 고양 킨텍스 박람회에서 수입유모차를 구입한 조 모씨 역시 최근 출산 한 후 유모차의 바퀴불량을 확인했지만 구입한지 오래됐기 때문에 업체로부터 교환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조씨는 "구입은 일찍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이물품인데, 판매자는 '우리가 하자있는 물품을 보냈을 리 없다. 당신이 몇번이나 사용하다가 고장냈는지 어떻게 아느냐'면서 되려 큰소리를 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사전구입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규정에 대한 보완책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사례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정을 일일이 법규정으로 보완하기는 어렵다"며 "구매시점을 기준으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박람회장에서 물품을 구입할 경우 정상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수는 있겠지만, AS나 소비자 보호측면에서는 취약한 부분이 많으니 소비자 스스로 실제 사용시기보다 미리 구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산 직후 정신없는 일정 때문에 미리 용품을 준비하려는 부모들은 여전히 줄을 잇고 있어 유사 피해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임신출산육아박람회를 열고 있는 코엑스 베이비페어의 경우 작년 8월과 올해 3월 모두 각각 1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출산예정일을 앞둔 임산부만 각각 4만5000여명이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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