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아이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던 A씨는 최근 맹모(孟母)이기를 포기했다. 지난 겨울 4년간 정든 서울집을 뒤로 하고 경기도 한강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2년 전 5억8000만원(전용 85㎡)에 재계약했던 전셋값이 6억50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있지만 전셋값이 2년 사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승해 차라리 수도권 외곽에 내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3억2000만원에 마련한 새 집(전용 99㎡)에 대해서는 나름 만족스럽다. 새 집은 깨끗했고 이전 집보다 컸다. 공기도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해 뿌듯한 기분도 든다. 일부 자금도 남아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은행에 맡겨 두었다.
분명 서울에 비해 쾌적한 주변 환경과 새 아파트는 반갑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감내할 수 있을 정도지만 아이들 교육 부분에 대해서는 못내 찜찜한 모습이다.
주거비 부담을 못이기고 서울을 떠나 수도권 외곽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강남 집값을 밑받침 해주던 맹모들마저 빠르게 자리를 비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전출 인구는 14만1626명인데 반해 전입은 13만32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8379명이 빠져나갔다.
반면 경기도는 전입 16만2489명, 전출 15만5442명으로 7047명이 늘었다. 인천시 역시 1979명 늘었다.
교육의 중심이라던 강남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올 들어 강남에 전세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도 줄고,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남3구의 전세계약 건수는 전년대비 1월 -10.5%, 2월 -5.6%, 3월 -5.6%, 4월 -14.5%, 5월 -0.7%로 매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요즘에는 인터넷 교육도 잘되고, 혁신학교같은 대체제가 있어 높은 전셋값을 내고 강남을 고집하는 사람이 줄어 전세·매매 거래가 크게 줄었다"며 "학원들도 원생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을 떠나 외곽으로 새집을 찾아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높은 임대료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453만원. 한강 이남권은 3억344만원 정도. 반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는 2억8040만원, 인천은 2억196만원. 강남 전셋값이면 경기·인천 아파트를 하나 사고도 돈이 남는다.
서초동 부동산123 김정철 대표는 "경기가 안 좋다보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가 줄고 있다"며 "최근 안정세라고 하지만 전세금은 이미 오를대로 올라있다. 아무리 강남이라지만 요즘에는 먹고 사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임대료 낼 여유는 오죽 하겠는가"라고 전했다.
통계청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 간(3월 기준) 국민소득은 2.5%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서울 전셋값은 7.6% 오르는 등 전셋값은 소득증가율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