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이 해외주식 예탁수수료 및 해외기업 공시관련 정책을 변경한 데 대해 증권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내년부터 외화증권 예탁결제 수수료를 받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예탁결제원 업무였던 해외기업 공시대리인 업무를 상장주관사가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그간 수수료를 받지 않던 해외주식에 대해 내년부터 '외화증권 예탁결제수수료'를 신설해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탁원 "해외주식 예탁수수료 징수 감사원 권고사항"
외화증권 예탁결제 수수료는 해외주식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결제비용과 예탁수수료를 포함한 비용으로 지금까지 결제비용은 증권사가 부담했고 예탁수수료는 예탁결제원이 대납해왔다.
예탁결제원이 대납해오던 외화증권 예탁수수료를 내년부터 받기로 결정한 것은 5년 전 감사원의 권고조치 때문이다. 당시 감사원은 예탁결제원에 적자 운영 대처를 위해 "국내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사업계획에 외화증권 예탁수수료 징수에 대한 방안을 포함시켰다. 올해 4월엔 국내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외화증권 거래시 예탁결제수수료를 받겠다는 설명회도 가졌다.
외화증권 예탁수수료 징수로 인해 국내 증권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에 보관료에 해당하는 예탁수수료까지 부담시킨다면 해외주식 거래건수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하지만 예탁결제원 측은 지금껏 대신 부담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지난 1994년부터 18년간 외화증권 예탁수수료를 받지 않았지만 외화증권 거래가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손실이 만만찮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지난 4년간 예탁결제원이 외화증권 예탁수수료 입은 손실은 약 104억원으로 연간 25억원이 넘는다. 4년 간 본 손실이 예탁결제원이 지난 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474억원의 21.94%에 달한다.
◇감사원 "해외기업 공시대리인 시장에 넘겨라"
예탁결제원이 감사원 덕에 '손 안대고 코 푼' 사례는 또 있다.
5년전 감사원은 예탁결제원에 해외기업 공시대리인 업무는 "관련서류를 국문으로 번역해 공시하는 업무는 단순 대리에 불과해 번역 등 일정 전문지식만 있으면 시장에서 누구나 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인 만큼 예탁결제원이 비용을 부담해가며 공시대리 업무를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 예탁결제원은 지난 2003년 이후 5년간 해외기업 공시대리업무를 통해 3900만원을 벌었다. 반면 경비는 2억4700만원에 달해 이 기간 2억8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해외기업 공시대리업무를 떠맡게 된 증권사다. 특히 지난해 상장한 중국기업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한국거래소는 해외기업 상장주관사로 하여금 2년간 의무적으로 공시대리인 역할을 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 탓에 증권업계 일각에선 해외기업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실제 거래소가 이같은 외국기업 상장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한 이후 해외기업과 상장주관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는 급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주장처럼 공시대리인 업무는 단순번역이 아니다"며 "낯선 금융용어 탓에 이 업무를 대신할 인력을 뽑아도 별도의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데다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시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공시대리인을 세울 것을 의무화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규정을 바꾸면 해외기업이 국내 시장을 더욱 꺼리게 될 것을 우려해 그 비용을 증권사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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