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장을 연출하는 가운에 최고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매입 사유는 각양각색이어서 눈길을 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가 1800선 이하로 떨어지면서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회장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들어 처음으로 1800선을 하회한 18일 자사주 취득 공시가 이어졌다.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유명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우리금융(053000) 보통주 3000주를 매수했다. 1만200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던 우리금융 주가가 1만1000원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는 단기간 주가하락에 따른 수급 차원의 주가 방어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소량의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이들도 있다.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과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윤 명예회장은 23일에도 보통주 2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과 21일에도 각각 200주를 취득한 것을 감안하면 하루 걸러 200주씩 자사주를 사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단기 매도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번에 대량 매입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 윤 명예회장은 올해 1월9일 단 10주 만을 매수하기도 했다.
때문에 윤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의 이유는 '거래량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거래소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단기 월평균 유동주식수의 1%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 상태가 1년 간 지속되면 상장폐지까지 고려한다.
현재 유화증권의 거래량은 하루 평균 1000주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실제 지난 4일과 7일에는 단 한 주조차 거래되지 않았다.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윤 명예회장이 이처럼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해석이다.
이날 자사주 매입으로 윤 명예회장은 유화증권 보통주 160만2223주(14.12%)를 보유하게 됐다. 올해 2월 159만8373주(14.09%)에 비해 3850주(0.03%) 증가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윤 명예회장처럼 부족한 거래량으로 고민하진 않는다. 대교 거래량은 적어도 4만주를 웃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보통주 310만5460주를 보유하고 있던 강 회장은 이달 2일 6000주를 사들이는 등 현재 322만6560주(3.81%)를 가지고 있다. 연초 305만6510주(3.61%)에 비해 17만50주(0.20%)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눈높이 교육'으로 알려진 대교가 여전히 투자가치와 미래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일각에선 주식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홍보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한 홍보대행업체 IR담당자는 "상장사의 홍보성 보도자료 배포 비용을 감안한다면 회장의 자사주 매입공시가 갖는 경제적 비용은 적지 않다"며 "싼 값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동시에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교 주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에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를 나눠서 매입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달에만 강 회장은 11번의 자사주 매입 사실을 공시했고, 이 기간 대교 주가의 등락폭은 100원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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