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정치체제로서 군주를 원치 않듯이 경제체제로서 독점을 원치 않는다.” (존 셔먼)
“독점에 대해서 논쟁하는 시간을 바퀴벌레 잡는데 쓰는 게 훨씬 유용하다.” (G.스티글러)
최근 방통위가 올해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포털로 대표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추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네이버 규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놀라운 점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독점 논란과 달리 규제에 대한 논의와 시도는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2009년 공정위가 콘텐츠업체(CP)에 압박을 가한다는 이유로
NHN(035420)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려다 실패했던 게 전부다.
◇“규제? 현행법상 사실상 어렵다”
사실 독점 규제는 경제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만큼 복잡한 문제다. 예전에는 폐해가 크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규제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포털은 일반 제조업과 다른 점이 많은 최첨단 산업이다. 승자독식이 두드러지게 일어난다는 점, 빈번한 기술혁신에 의해 독점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 등 기존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면이 있다.
그렇다면 먼저 현행법으로 제재가 가능한지부터 살펴보자. 이 기획시리즈 1·2부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이용, 부당하게 수익성을 높이고,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업계 비판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말이다.
먼저 이들은 가장 기초적인 작업인 시장구획부터가 어렵다고 말한다. 포털업체들은 보통 검색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실제 ‘빅3’라 불리는 이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도 다 다르다.
검색사업에 한정시켜 시장구획을 했다 하더라도 네이버 독점 폐해를 증명하기는 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광고비 인상·사업다각화, 위법 입증 어려워"
먼저 광고비 인상을 살펴보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서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공정위 국장을 역임한 법무법인 광장의 김성만 변호사는 “법전에 적힌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만약 NHN이 물가나 인건비 상승 탓에 원가를 맞추려 단가 상승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면 수긍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역시 “NHN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다른 IT기업인 애플이나 구글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다고 볼 수 없고, 무리하게 수익성 증대를 꾀했다는 객관적인 평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이용해 자사 사업을 지원하는 점이 '경쟁사업자를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신규 서비스를 검색엔진 및 시작페이지에 연계시킨 게 반드시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클릭 몇번으로 다른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네이버가 불공정경쟁 행위를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쟁사업자의 영업를 방해했는지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자 이익 저해 측면에서 서비스 연계는 오히려 소비자 편의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네이버 독점 규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공정거래법은 철저히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에 맞춰진 법안이며,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산업의 영향력이 매우 커진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을 표했다.
◇인터넷업계 “독점폐해 심각..규제 필요”
반면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먼저 SNS 컨설팅업체인 누리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승훈 대표는 최소 검색시장만큼은 공정경쟁을 통한 선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검색시장은 네이버 말대로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시장 독점에 의한 인터넷산업의 정체를 경계했다.
류 소장은 “최근 해외에서의 인기사이트 중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신생이 많은데 유독 한국 인터넷시장에서는 티스토리 외에는 두각을 보인 서비스가 딱히 없다"며 "이는 네이버 독점체제하에서 업계가 경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네이버의 독점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네이버가 새로운 서비스와 광고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고, 검색엔진과 여타 서비스들을 최대한 분리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방통위 규제 행보..네이버 ‘긴장’
하지만 네이버 독점을 규제하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으로 불가능하지만, 법 자체를 개정하면 가능하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나설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 방통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연구를 의뢰,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부가통신사업자를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ISDI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점점 국민생활과 가까워짐에 따라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결과물은 11월에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도 “만약 부가통신시장에서 독점 폐해가 있다는 게 입증이 된다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거나 시범사업 시행을 통해 적극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구글이 미국과 유럽에서 “검색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이유로 반독점법에 따라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 과정이 방통위 규제 작업에 크게 참조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진 NHN 차장은 “통신시장 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쟁상황 평가를 기간통신사업자로 한정한 현행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공정위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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