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가관이다.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얼룩진 당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지만, 정작 내부에서 쉽사리 후속책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3일 국회에서 대표단회의를 갖고 전날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발표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에 대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재기를 위하여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조사결과에 대해 "보고서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로, 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어떤 부정의 경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백지상태"라고 말해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시 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의엽 정책위의장이 조사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정희 대표와 이야기 나눴다. 무엇이 어떻게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사위원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반박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세간을 발칵 뒤집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당권파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진상조사위원장으로서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강변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문자메시지 파문으로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도 꾸물거리며 사퇴를 미루다 공동대표단과 대립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해결국면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을 정도로 신뢰가 바닥에 추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표단회의는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당 안팎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해결책은커녕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제개정 등 이번 사태의 처리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는 소식에 "참으로 한가롭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동부연합과 종북문제로 연일 통합진보당을 비판했던 새누리당이 2일 관련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까지 연대전선에 의문을 표시하며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한 것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줄기차게 당권파의 개혁을 주장하는 비당권파측에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14명의 비례대표 후보자가 총사퇴하는 극약처방이라도 취해야 최소한의 면목이 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비례대표 1, 2, 3번을 배정받은 윤금순·이석기·김재연 당선자측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당권파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어, 이들의 결자해지가 없으면 사태의 수습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보수단체가 통합진보당을 고발해 검찰수사 또한 임박하고 있어, 당의 자정능력을 상실한채 외부개입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큰 상태다. 이래저래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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