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 최근 L씨는 카드발급 후 7개월 동안 카드이용이 없자, 해당 카드사로부터 놀라운 혜택 내용을 담은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선 내달 안에 금액에 상관없이 카드를 이용만 해도 다음해 1년간 연회비가 면제된다. 오는 6월까지는 모든 가맹점에서 4개월 할부 결제 시 자동 무이자 혜택을 제공받고, 전월실적에 관계없이 특별할인·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달 말까지 30만원 이상 사용 시 최대 1만원 캐쉬백 혜택도 제공받고,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최고 25% 쿠폰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게 카드사의 설명이었다.
금융당국이 1년이상 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자동 해지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키로 하면서 카드사들이 수 개월 동안 실적이 없는 예비 휴면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사에게 회원수는 시장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고객정보를 마케팅에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해지가 될 수 있는 잠자는 카드를 되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수익구조 악화를 이유로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나선 카드사들이 오히려 이용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혜택을 추가, 기존 우수고객에 대한 '역차별'아니냐는 비난여론도 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용카드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약 1년 4~5개월 간 사용실적이 없는 카드는 자동해지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올 상반기 안에 시행키로 했다.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에 대해 1개월 내에 서면, 이메일 등으로 사용 의사를 확인하고, 회원의 의사가 없을 시 사용정지 조치 후 3개월 후 계약이 해지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1년 이상 실적이 없어 자동해지가 되면 카드사가 보유한 고객정보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휴면카드가 되기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며 카드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카드 발급비용이나 리스크 측면에서 한번 붙들어 놓은 고객을 유지시키는 것이 카드사에게는 '득'이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발급비용이 마케팅 비용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모집 시 설계사 급여 등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회원에게 마케팅하는 것이 카드사로서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신용조회 등을 통해 검증된 사람일 수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는 것보다 기존 회원을 유지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 고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카드 고객인 회사원 김 모씨(30)는 "기존고객인 '단골'에게 줄 서비스를 빼서 실적 없는 고객인 '뜨내기'에게 퍼주는 꼴"이라며 "카드사에서 이렇게 마케팅을 하니까 고객들이 다른 카드로 계속 갈아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고객입장에서는 더 좋은 혜택을 쫓다보니 지갑 속 카드수가 늘어만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기존고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역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카드사들이 불필요한 휴면카드를 없애기 위한 금융당국의 당초 취지를 벗어나서 무리한 마케팅을 하는 행위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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