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달 디지털 엑스레이를 출시하며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을 두고, 기술인력 유출 등을 우려하는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 후광' 효과에 힘입어 국내 의료기기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국제 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2)'에서 디지털 엑스레이 'XGEO' 시리즈 3종을 공개했다.
이재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에 대해 "삼성의 디지털 엑스레이 출시로 인해 그간 국내 업체들이 이룬 성과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출시한 엑스레이 기기는 이미 몇몇 국내 업체에서 생산 중인 제품인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이 충돌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와 시장에선 삼성의 의료기기 산업 진출이 중소업체들에게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삼성이 해외 의료기기 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올라가 중소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의료기기 사업이 영세하다 보니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나서주면 정부가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삼성이 내놓은 디지털 엑스레이 라인업은 국내 중대형 병원과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급 제품이기 때문에, 중소업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 2위 업체인
바텍(043150) 등 중소업체들은 치과를 비롯해 일부 분야에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삼성과의 경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은 수술용 가위나 집게류처럼 안전등급이 비교적 낮고 제조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것들이 64.6%를 차지한다.
또 그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디지털 엑스레이 제품의 태반은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만 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는데, 삼성의 시장 진출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엑스레이 부품의 80% 이상을 국내 중소기업들로 부터 조달하고 있다"며 시장 일각의 중소·대기업 간 사업영역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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