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보쉬와 합작 철회 수순..고지식한 탓?
삼성SDI, 결별 부인 안해.."기업문화·기대치 달랐던 탓" 분석도
2012-03-21 15:13:13 2012-03-21 18:05:0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SDI(006400)와 보쉬의 2차전지 합작사인 SB리모티브가 해산 수순을 밟으며 양사가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상반된 기업경영 방식 등으로 인해 삐걱거리는 관계를 보이며 결별의 조짐을 보인데다가 삼성SDI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의 조회 공시요구 답변에서 강한 부정 대신 "검토 중"이라고 밝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1일 삼성SDI 관계자는 "발전적으로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며 "만약 양사가 결별을 하더라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회사인 SB리모티브가 해체할 수 있다며 합작회사의 해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쉬 측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소비 가전용 제품까지 사업 확대를 바라고 있지만, 보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만을 원하는 등 두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방향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근본적인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양측은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갈등은 1년 전부터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들리던 얘기였고, 현재 양사는 합작 해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쉬는 유연한 대처보다 원칙과 과정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로 인해 삼성SDI와 잦은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LG화학(051910)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SB리모티브는 전기차용 전지 시장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내지 못하자 삼성SDI 내부에서 보쉬의 고지식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더욱 팽배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해 IT용 소형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2월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파이크 리서치 평가에서는 7위로 성적이 저조했다.
 
이와 반대로 소형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산요를 바짝 추격하며 3위를 기록한 LG화학(051910)은 전기차 분야에서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양사가 서로에게 기대했던 부분을 막상 얻을 수 없게 된 점도 결별의 한 이유로 거론된다.
 
삼성SDI는 보쉬의 브랜드 파워와 영업력을, 보쉬는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과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기술에 관심이 있어 SB리모티브가 탄생한 것인데, 양사가 필요로했던 부문이 서로 충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쉬가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까탈스러운 면이 많아 차량업계에서 입지가 날로 좁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더구나 삼성SDI 입장에서는 핵심 기술 공유를 원치 않은 측면도 있어 먼저 제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그간에 양사의 기싸움이나 갈등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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