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지난해 초 백희영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게임 규제 ‘셧다운제도’를 들고 나오며 게임사 연매출 1% 강제 징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여론과 업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발로 기금 징수는 무산됐다.
그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이 학교 폭력 예방을 근거로 게임규제 ‘쿨링오프제’와 게임사 매출 징수를 다시 들고 나왔다.
교과부는 국내 청소년 평균 게임이용 시간이 외국보다 적은데도 거꾸로 더 많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학교 폭력과 게임의 상관 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등 규제 추진 근거에 문제가 많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가 게임 규제를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관련 작업은 크게 탄력을 받았다.
비록 무산됐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게임 기금 조성 유도 등의 내용이 담긴 게임규제 특별법이 초고속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정부는 19대 국회부터 같은 내용의 규제 법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게임사들의 주머니를 털어 이 자금으로 게임 중독 예방 사업을 벌인다는 기존 게임규제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는 게임중독 예방사업을 외부 교육기관에 맡긴다는 방침인데 이들 교육기관 다수가 보수 교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결국 정부가 게임사들에 거둔 돈을 이들 교회에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임중독 예방교육 사업이 대형 이권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보수 교회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게임중독 예방 교육, 곧 대형 이권사업화
행정안전부가 주도한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법안은 18대 국회 기간 동안 통과되지 못했지만, 행안부는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행안부와 여가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을 할 경우, 경비를 지원해줄 계획이다.
국내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숫자는 약 1만8000곳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이 학년별로 나눠 진행될 경우 1년에 약 23만4000번의 강연이 이뤄지게 된다.
강연마다 20만원씩을 지원해 줄 경우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은 연간 약 468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대형사업이 된다.
정부는 게임 예방교육 지원을 위해 게임사 매출 징수 등으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회, 게임중독예방 사업 선점
두레교회는 지난해 비영리법인 두레원을 설립하고 경기도내 학교를 대상으로 게임 중독 예방 교육 강연을 시작했다.
두레원은 행안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게임중독대응센터 협력업체로도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부 게임중독대응센터 개소식에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가 참석했고, 오성삼 두레원 소장이 대응센터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두레원 외에도 현재 게임 중독 예방 교육으로 유명한 단체들은 대부분 교회가 직접 운영하거나 교회와 관련된 곳들이 많다.
가장 활동 영역이 넓은 곳은 놀이미디어교육센터다.
이 센터 권장희 소장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출신으로 게임 규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교계 인사이며 놀이미디어교육센터도 게임 중독 예방 교육 강의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ㆍ치료기관 ‘아이윌센터’도 역시 교회에 연결되어 있다.
‘명지 아이윌센터’의 위탁 운영업체는 명지대학교로 이 학교가 속한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순수 기독교 복음주의를 설립이념으로 삼고 있다.
‘창동 아이윌센터’의 위탁 운영업체인 광운대학교는 최근 김진홍 목사가 광운학원 이사로 선임됐다.
또 창동이 속한 도봉구에는 두레원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원이 들어선다.
동두천에 있는 4만평 규모의 두레교회 수도원에도 치료원이 만들어지는데 여가부의 인터넷레스큐 스쿨과 비슷한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정부가 게임사 매출을 징수하게 되면 인터넷레스큐 스쿨과 함께 두레원 치료원도 정부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게임중독 예방 교육 사업은 교회 관련 단체나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으며 이들 사이도 서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부터 행안부, 여가부, 교과부는 일선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게임 중독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들 단체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학교 측에 내려보낸 공문 일부.
◇정부 게임중독 예방교육, 실효성 검증해야
현 정부의 게임 규제가 ‘교회에 대한 간접지원’인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예산이 실제 예방효과가 적은 ‘보여주기’식으로 낭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강연 등 단체 교육은 그 자체가 일회성이라 강연효과 분석 등 실제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규명하기 힘들다.
강연에 나서는 강사들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예방 교육을 하는지도 확인해야할 점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정부의 게임규제 방안은 청소년 문제의 본질은 놔두고 게임만 희생양 삼는 것"이라며 "특히 게임중독 예방 교육을 하더라도 내용이 변질되거나 이권사업으로 흐르지 않도록 철저한 확인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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