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의 권한과 재량을 축소해서 자의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해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다."
전직 중견 검사들이 검찰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지난 21일 뉴스토마토 사옥 아르떼홀에서 열린 '권순욱의 정치토크'에 참석한 김인원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21기·변호사), 박성수 전 울산지검 형사1부장검사(48·23기·변호사), 금태섭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45·24기·변호사)는 현재의 검찰이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위험상태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이 주요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의 실추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도 뼈를 깎는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였다.
토크가 열리기 바로 전날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의 방문조사가 시발점이었다.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파문 당시 검찰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것과는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나왔다.
◇"검찰, 스스로의 노력 부족"
금 변호사는 "검찰의 특수성 때문에 제도적 미비나 변명으로는 부족할 만큼 검찰이 정치적으로 휘둘렸던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그동안 검찰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이제는 검찰을 외부적으로 수술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정권과 검찰은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밀착하게 되다 보면, 검찰 내부적으로 자율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썩어들어갈 수 있다"며 "참여정부에서는 나름대로 청와대에서 검찰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서 건강하게 유지했지만 그게 지금은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는 이어 "아무래도 정치권에서는 검찰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단순히 정권측의 양심에 기대하기보다는 검찰의 권한과 재량을 축소해서 애초에 이용할 생각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며 검찰 자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박 변호사도 "검찰조직은 장관이나 총장 등 수뇌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도 "중립성 의지, 독립성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이 배치되고 검사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치적인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수사해나가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난 민주정부 10년간은 조금 달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의 행태가 오히려 강화된 모습을 보여왔다"며 "검찰 지휘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띌 때 문제가 생기고, 그런 틀 안에서 검사가 소신껏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거나 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지휘부 인사는 보다 개혁적이고 최소한 중립적인 인사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들은 대검 중수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폐지 또는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검 중수부, 세계적으로 유사기관 찾기 힘들어"
금 변호사는 "중수부처럼 대검찰청에 총장 직속에 이 정도로 강력한 수사기관을 가진 나라는 세계 어떤 곳에서도 없다"면서 "중수부에서 수사를 하게 되면 사실상 주임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검사들하고 얘기를 해 보면, 일선 검사들 중에도 중수부를 폐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상당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도 "중수부가 시장권력, 대형 부정부패사건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정부 들어 검찰권 남용, 보복수사라든지 봐주기 수사라든지 정치적인 사건과 관련한 일들이 중수부 틀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런 일들이 검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 만큼 수사권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중수부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 상대로 실질적인 여론조사를 해보면 다수가 중수부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며 "(최소한)중수부 자체 명칭은 상징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고 그런 기능을 하는 특수부서를 설치해, 수사를 지원해주고 조정해주는 기능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수처 도입에는 적극 찬성한다"면서 "중수부 폐지는 공수처 설치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수부로 집중되는 검찰 인사제도에 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중수부가 지방 우수검사들 다 빼앗아 가"
올 1월 부장검사로 퇴임한 박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에서 우수한 검사들을 다 빼앗아가 버려 지방검사들 수사역량이 많이 열악한 상태"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언론에 좋은 기사가 나는 등 일종의 기회가 특수부나 공안부 검사들에게 많이 주어지다 보니까 타 부서 검사들은 고생만 하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특수부나 법무부 참모부서, 대검 참모부서에 근무를 하는 검사들만 승승장구를 하는 시스템을 줄이고 일선 형사부에서 묵묵히 해나가는 검사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꼬집었다.
금 변호사도 "검찰의 상당히 많은 포션(portion)을 특수부나 공안부에서 차지하고 있고 우수한 인력을 데려가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면 장관이나 총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 보이는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이른바 형사부 검사들을 우대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수십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며 "모범검사에게 국민 앞에서 상 주듯이 하는 것은 오히려 검사들이 '내가 못나서 형사부에 있는 거야'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특수부 등이 가진 필요 이상의 포션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반성으로 국민 신뢰 회복해야"
한편,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검사는 검찰이 반성과 사과를 하는 동시에 인사개혁과 검찰 내 조직을 민주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날 참석자들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재직시절 전대미문의 주가조작 사건인 '옵셔널 벤처스'사건을 담당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서울 중구에서 예비후보로 나섰다.
참여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의 박 변호사 역시 민주통합당 강동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박 변호사는 울산지검 부장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검사시절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했다가 연재 중단과 함께 검찰을 나온 금 변호사 역시 검찰개혁을 오랫동안 주장해왔으며, 현재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디케의 눈물', '확신의 함정', '궁금해요! 변호사가 사는 세상'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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