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국토해양부가 지난달부터 81조원 규모의 전국 31개 사업장 공모형 PF(Project Financing) 사업 정상화 작업에 나선 가운데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PF 대출 관련 규제 강도를 한껏 높이면서 건설업계에 금융부담이 증대됨에 따라 "금융이 건설사업을 뒤흔든다"는 볼멘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를 도운답시고 내놓은 국토부의 PF 정상화 방안은 금융권이 건설업계에 전가시킨 과도한 채무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비한 대책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높다.
◇10대 건설사 우발채무 3000억~3조3000억, 중견사는 자기자본대비 117%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의 미분양 감소 추세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위 이내 대형 건설기업들의 재무지표상 현재의 위기 국면에서 탈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경우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기업에 따라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3조 3000억원을 초과하는 지급 보증을 우발 채무로 보유하고 있고, 특히 중견건설사의 PF 우발채무는 자기자본대비 평균 117.5%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발채무란 장래에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11~20위내 대부분 중견건설사는 스스로 감당 가능한 자기자본에 비해 PF 규모가 오히려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빈재익 건설산업연구원 위원은 "최근 지속적인 채권 회수와 신규 대출 기피로 인해 PF 대출 규모는 축소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PF 대출의 추가적인 부실화가 진행되어 PF 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BCP 방식 차입 건설업계 유동성 악화시켜..국토부는 수수방관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건설업체 재무 상태 악화에 대해 ABCP(자산담보부채권) 방식의 PF 차입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ABCP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채권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으로, 대출 만기는 통상 3개월부터 1년 미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업에 소요되는 시공기간이 이보다 월등히 길기 때문에 대출만기와 준공시점이 전혀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주기로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위험성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ABCP 방식이 만기가 짧다보니 결과적으로 사업진행에 있어 건설업체에게 과도한 금융부담이 전가되고, 결과적으로 '만기 연장 거부+상환 압박'의 이중고를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시공사가 없으면 대출 자체를 안하기 때문에 건설사가 연대보증으로 우발채무를 지는 것"이라며 "PF 자체는 원론적으로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중요한 것인데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일방적으로 시공사에게 리스크를 부담시키는 것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PF는 건설과 금융 양 쪽 영역에 걸쳐있다. 건설업계가 저축은행 규제에 엮어서 어려움을 겪고 상황인데 정부는 PF정상화라고 해놓고 이부분에 대해선 전혀 대응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토부는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조정신청만 받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PF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지 한달이 다 돼 가지만 금융당국과는 아직 일체의 협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방향 실체가 없다"며 "갈등을 빚고 있는 공공기관과 PFV 사이의 조정안이 마련되고 나면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중견 건설사가 대거 포진해있는 'A-' 신용등급 이하 건설사의 2013년까지 만기도래물량 4조6000억원에 달하고 올해 3월까지는 그중 약 73%(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건설업체 부채를 줄여줘야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된만큼 책임을 분담해야하는데 규모가 규모인만큼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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