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금융계 비리를 뿌리 뽑아야한다"
지난해 9월 20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전국특수부장회의를 통해 한 말이다. 한 총장은 이처럼 평소 금융범죄에 대해 강력한 수사의지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평소 한 총장의 소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바로 키코(KIKO)수사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서는 강력한 '금융수사론'을 펼치던 한 총장이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았었다.
▲한상대 검찰총장
한 총장은 평소 일선 검사들에게 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도록 지시하고, 금융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금융수사를 비롯한 굵직한 특수수사를 처리하도록 3차장 산하 특수부와 금조부 등의 편제를 팀제로 개편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검사 개개인이 금융시장을 주시하다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팀으로 뭉쳐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검찰 조직을 변화시킨 것이다.
한 총장의 '강력한' 금융수사 의지가 표출된 대표적인 사건은 'ELW(주식워런트증권)' 사건이 꼽힌다. 이 사건의 주임검사도 키코사건을 맡았던 박성재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ELW사건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ELW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초단타매매자(스캘퍼)에게 전용선 등 불법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증권사 12개사의 전·현직 대표이사 12명과 임직원, 스캘퍼 등 48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애착을 가지고 사건을 직접 관리해왔으며,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에도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ELW 사건을 두고 "잘한 수사"라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기소된 증권사 12개사의 전·현직 대표이사 12명과 임직원, 스캘퍼 등 48명이 최종적으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한 총장의 금융범죄수사에 대한 의지를 엿보기에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 총장은 키코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평소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 총장은 ELW 사건의 경우,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행위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하지만 키코 사건에서는 유사한 사건에 대해 은행이 형사처벌을 받은 해외사례가 존재하고, 국내의 수많은 전문가들도 "사기죄를 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같은 무혐의 처분은 한 총장의 평소 수사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 검찰 수뇌부와 담당 수사팀이 수차례 의견충돌을 일으켰다고 들었다"면서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키코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이 은행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자 왜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그는 이어 "키코 사건이 상당히 예민한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면서 "이 문제가 정권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든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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